한국일보

탄핵대선은 국민수준 시험대

2025-04-15 (화) 07:58:10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VA
크게 작게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헌법재판에서 파면되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귀결이었다고 판단한다. 거대 야당 민주당의 29번의 난폭한 탄핵공세와 국가예산의 상당 부분을 일방적으로 삭감해 버리는 반의회주의적 횡포가 윤 정부 내란소동의 구실이었다.

검찰계에서 성장해 온 윤석열에게 대통령 직은 애초부터 과부하였다. 국민이 그를 선출한 것은 갖가지 범죄전력, 대형 부정비리 혐의로 사법 시험대에 올라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어하라는 특명이었으나 그는 처음부터 엉뚱한 헛발질로 언론에 뭇매를 맞았고 민심이 이반되기 시작했다.

노동개혁 의료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어느 것 하나도 완성은 커녕 제대로 진척조차 괄목할 만한 것이 없었다. 부질없는 사상이념 논쟁으로 국론을 분열시켰다. 더하여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인사파동 등 정치개입으로 야당 공세의 호재가 되었다. 총선 와중에 당 대표 한동훈과 김건희의 적전 불화설로 여당은 참패라는 쓴 잔을 들게 되었다. 압도적 승리를 거둔 야당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모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하여 윤석열 정부를 곤경에 빠뜨려 그로기(graggy) 상태에 몰아넣은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경기든 접전 중에라도 한 선수가 넘어졌을 때 상대편 선수가 다가가 손잡고 일으켜 세우는 장면에서 관중들은 갈채를 보내 양 팀을 격려한다. 그러나 치사한 방법의 경기를 보여 주었을 때 관중들은 야유와 물병을 집어 던지기 마련이다.

이번 윤석열 탄핵의 자초지종이 깨끗한 경기였는가를 반추하노라면 비웃음이 솟아난다. 야당대표 이재명은 윤석열 탄핵을 전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기고만장했다.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이 낱낱이 우리 탄핵소동을 보도했는데 이 낯 뜨거운 탄핵소동을 빚어낸 우리 국민이 그렇게 위대하다고 자화자찬할 수 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
미국 제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선거에서 자신을 가장 격렬하게, 심지어 직설까지 서슴치 않으며 비난했던 정적 에드윈 스탠턴(Edwin Stanton)을 당선되자마자 주위 참모들의 적극 반대를 만류하며 그는 “나보다 강한 인물이야" 라면서 오히려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링컨이 암살당한 후 끌어안고 가장 슬피 통곡한 것은 국방장관 스탠턴이었다. 이 일화는 불화정치를 경험하는 나라들에서 지금도 모범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도 더러운 정치 이전투구를 정리하고 새로운 풍토의 수습방안을 강구할 때다. 첫째,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국회를 해산하고 국민에게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 대통령탄핵을 소추한 국회가 국민에게 잘잘못을 묻는 것은 책임감, 진정성을 내보이는 도덕적 절차다. 국민투표로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

둘째,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현재의 모순을 수정하는 개헌을 단행해야 한다. 이원집정제, 내각제, 책임총리제 등을 관계기관 전문가들이 연구하여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요청이다. 현행 제도로 역대 대통령들 모두가 비운, 비극을 겪었음은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 모두가 경험했을 것이다. 당장 이재명 후보, 단 한사람만이 개헌을 반대하고 있다.

세번째는 정국안정, 나아가 국가평화의 주인공은 국민 모두다. 오는 6월 3일 대선에서 올바른 인물을 선출해야 하는 것은 국민 몫이며 국민의 책임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말처럼 아무런 죄가 없고 순수한데 “살인마 윤석열과 검찰”이 죄를 만들어 덮어씌워 범죄자를 만든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국민들, 유권자들의 양심에 달려있다. 현재 사법부는 이재명의 시녀가 돼 있다는 것이 국민여론이고 이재명은 한사코 자신의 재판 실황방송을 거절하고 있다.

국민의 힘 당은 출사표를 던진 인물이 무려 10여명이 된다니 눈앞이 아찔할 지경이다. 대통령 후보를 뽑으려면 먼저 윤석열을 당에서 제명처분하고 그와 완전 결별하는 것이 순서다. 어느 마을 친목회처럼 인연이나 의리에 매달려 내란수괴 윤석열을 활용하려는 수작은 어이없는 짓이다.

민주당 후보 이재명은 30%의 고정 지지도를 과시하지만 그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거부감은 65% 이상을 나타내고 부동층, 무당층도 48% 내외라는 것이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다.

국민의 힘 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모 원로 정치인인 전 민주당 대표를 한덕수 권한대행 대신 영입하자고 주장한다는 루머가 나돌아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국민의 힘에 등장해 있는 후보들 김문수, 나경원, 홍준표, 한동훈, 안철수 등은 모두 이재명의 지지율을 넘어설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윤석열 스탬프를 이마에 붙이고 출마하여 야당 후보를 이기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중에 후회말고 참된 인물을 바로 뽑아 희망의 나라로 가야 하는데 글쎄, 아직은 눈에 띄는 인물이 없어 걱정이다. (571)326-6609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VA>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