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체벌, 아동학대죄 될 수 있다

2025-04-04 (금) 07:04:05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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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아동학대죄 될 수 있다

페어팩스 시티에 소재한 스페이스(S_PACE) 상담소의 그레이스 송 소장이 한 한인과 상담하고 있다.



#1 버지니아 K모씨는 가정폭력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컴퓨터 게임만 하고 숙제를 안해 가 처음에는 신체적 폭력을 가했지만, 점차 강도가 세져 러닝머신에서 뛰게 하거나 식사를 제한하는 등 정서적 학대로 바뀌었고 딸의 신고로 입건됐다.

#2 메릴랜드의 L모씨 역시 최근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장난이 심한 초등생 삼남매가 장난치다 한 아이가 침대 모서리에 부딛혀 눈가에 멍이 들었고 이를 수상히 여긴 학교 측이 신고를 하면서 곤혹을 치렀다.
‘아동학대 방지의 달’을 맞아 한인사회 아동학대의 실태와 원인 등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버지니아 매나세스의 40대 한인 부모가 미성년자 딸을 체벌하는 과정에서 죽도로 때려 팔을 부러뜨린 가정폭력 혐의로 기소(본보 3월31일 A1 보도)되며 한인 학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워싱턴 가정상담소나 한인복지센터, 스페이스 상담소 등 여러 상담기관에는 ‘말 안듣는 자녀의 버릇을 고치거나 훈육 차원’에서 몇 대 때렸다가, 또는 사사건건 부딪치는 사춘기 자녀의 말대꾸나 반항에 ‘욱’ 해서 손이 먼저 올라갔다 경찰에 신고당해 찾아오는 한인 부모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가정상담소에는 체벌로 인한 아동학대, 방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걸린 한인들의 상담문의가 적지 않다. 유아나 초등생을 학대하는 경우도 있고, 10대 자녀가 부모를 신고하는 경우도 꽤 된다.
가정폭력 상담 전문가인 천신 테일러 상담소장은 “유아의 경우 아이가 너무 많이 운다고 스토브 위에 아이 손을 갖다 대서 아동학대로 걸린 아버지가 있었다. 또 10대 딸이 아빠가 때린다고 경찰에 신고해 아버지가 연행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페어팩스에 소재한 스페이스 상담소의 그레이스 송 소장은 “심한 경우 목조르기, 칼이나 가위 등을 사용한 위협, 체벌을 빌미로 심한 구타, 화장실 등 밀폐된 곳에 가두기 등이 있었다. 정서적 언어적 학대로는 ‘너를 낳지 않으려고 했는데 네가 내 인생을 망쳤다’ ‘쓸모없는 자식, 버러지(또는 쓰레기) 같다’ 등의 아주 심한 욕설이 있었다”고 밝혔다.

송 소장은 또 “자녀들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체벌, 모욕적 언어, 협박·위협 형태를 주로 보인다”며 “이는 버지니아주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서적 학대 중 과도한 요구(성적, 운동, 악기 실력 등)에 속한다. 부모교육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의 원인으로는 대물림된 트라우마, 부모의 정신건강 문제, 분노조절장애, 양육 지식의 부족 등이 꼽힌다.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부모는 건강한 애착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그대로 자녀에게 옮겨진다.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 정신질환은 충동 조절을 어렵게 만들어 학대를 유발한다.
한인복지센터의 박수정 가정폭력 담당 매니저는 “특히 한인부모들의 경우 전통적인 체벌 문화에 대한 오해나 정보 부족에서 학대를 반복하기도 한다”며 “한인 부모는 훈육이라는 이유로 행해진 행동이 미국 법상 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상담사나 교사, 또는 이웃 등으로부터 신고가 들어가면 카운티 아동보호국과 법 집행기관에 일단 접수되고, 보호국 자체 내에서 조사를 나올 수 있다.

조사에서 학대 사실이 확인되면 보호자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며,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심각한 학대나 반복적 임이 확인될 경우, 경찰에 체포돼 형사 기소, 징역형, 친권 박탈 등의 처벌과 함께 자녀들은 포스터케어 홈에 보내질 수도 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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