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바·아이티 등 4개국 출신
▶ “한 달 내 자진 출국하라”
▶ 53만명 졸지에 추방 위기
정치적 불안과 경제난 등에 허덕이는 모국을 등지고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이동한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자발적으로 출국하지 않으면 강제로 쫓겨나게 될 처지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아이티·니카라과·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53만여명에 대한 인도주의적 체류 허가(humanitarian parole)를 취소하기로 결정하고 25일 연방 관보에 관련 내용을 공지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과 CBS뉴스가 24일 보도했다. 허가 취소와 관련한 효력은 관보 게시 30일 이후 시작된다. 날짜로는 4월24일이다. 연방 당국은 다음 달 24일 전까지 관련자들이 스스로 미국에서 출국하지 않을 경우 추방을 위한 신분 변경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CBS뉴스는 전했다.
인도주의적 체류 허가는 조 바이든 전 정부에서 설계해 도입한 정책이다. 정치적 혼란이나 경제적 빈곤 등을 피해 국경을 넘는 4개국 출신 이민자에 대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임시로 미국 내 체류를 허가하는 게 골자다. 4개국 국가명 로마자 알파벳 앞 글자를 따 ‘CHNV 프로그램’이라고도 부르는 이 정책을 통해 지금까지 53만여 명이 입국했다고 로이터는 연방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이티 출신이 21만3,00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베네수엘라 12만명, 쿠바 11만명, 니카라과 9만3,000명 순인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 전 정부는 “육로를 통해 미국으로 넘어오던 서류미비(불법) 이민자 흐름을 억제하면서 질서 있는 이주민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 프로그램이 “미국 노동자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범죄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 직후 “이 프로그램은 연방법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주장하면서 일찌감치 폐지를 공언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인도주의적 체류 허가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4개국 출신 이민자 중 다른 형태의 합법적 체류 지위를 얻은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소재 인권단체인 정의행동센터의 캐런 텀린 센터장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에서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올바르게 수행한 사람들이 피해를 당하게 된다”면서 CHNV 프로그램 종료 이의제기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