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넬대 박사과정 학생 소송했다고 ‘보복 추방’
▶ 이민사회 긴장감 고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합법적 비자를 갖고 있는 유학생과 영주권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추방이 잇따르면서 한인 등 이민자 사회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N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학가 친 팔레스타인 시위 주도자 추방’ 움직임에 반발해 최근 소송을 제기했던 코넬대 박사과정생인 모모두 탈(31)이 21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부터 자진 출석 요구 통지문을 받았다. 영국·감비아 이중국적자인 탈은 비자를 받고 미국에 체류 중이며, ICE의 출석 요구는 사실상 추방 절차 개시라고 NBC는 설명했다.
앞서 탈은 미국 시민권자인 다른 2명과 함께 반 유대주의를 방조하는 대학에 연방정부 지원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이 잘못됐다며 지난주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지난해 캠퍼스 내 친 팔레스타인 시위를 주도하는 일을 돕기도 했던 탈과 그 동료들은 소송에서 해당 행정명령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을 향해 지지를 표한 유학생과 학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ICE는 출석 요구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탈과 변호인 측은 그가 지난 15일 제기한 소송이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대학가에서 가자전쟁 반전시위를 주도했던 학생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추방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반발한 대가로 트럼프 행정부가 탈을 내쫓으려 한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탈의 소송대리인인 에릭 리 변호사는 탈에게 자진 출두 통지가 나오기 하루 전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정부 관계자들이 학교 기숙사에 찾아와 탈에 관한 정보를 캐물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도 사법당국 요원들이 탈의 자택까지 찾아와 이웃들에게 그의 동향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의 변호인인 에릭 리는 영국 가디언에 “미 행정부가 탈의 체포 금지 요청을 자진 출석 요구로 맞받은 것”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보복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런가 하면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살면서 영주권을 기다리던 한 멕시코 남성이 3월 초 샌디에고 인근 오타이 메사 국경검문소를 통해 귀국을 시도하다가 추방당했다. 관광비자로 미국에 들어 왔던 데이빗 발데스는 30년 동안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코첼라 밸리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시민권자 아들의 초청으로 영주권을 신청하고 노동허가와 여행허가도 받았다.
여행 허가를 받은 발데스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멕시코에 사는 어머니를 방문하고 지난 2일 오타이 메사 검문소를 통해 미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10시간 동안 구금됐다가 아무런 조치 없이 추방당했다.
김성환 이민법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여한 유학생 등을 추방하겠다고 공약함에 따라 한인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앞으로 시위나 정치적 행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림넥서스 로펌의 존 임 변호사는 “공항 등을 통한 미국 입국시 심사관들이 해외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영주권자들에게 영주권 포기 기록양식인 I-407에 서명하라는 압박을 가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변호사와 상의 없이는 이같은 양식에 절대 서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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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