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서 北여성인권 고발… “北송환 뒤 노예처럼 맨발로 강제노역”

2025-03-12 (수) 01: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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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거주 탈북민 박지현씨 “신발 없다는 건 기본적 인권 박탈 의미”

▶ 美유학 장은숙씨 “北수용소 여성들 수치심과 고통 속 생활…北인권 압박해야”

뉴욕서 北여성인권 고발… “北송환 뒤 노예처럼 맨발로 강제노역”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탈북 여성 장은숙씨가 12일 뉴욕 주유엔한국대표부 반기문홀에서 ‘북한 여성에 대한 성·젠더 폭력 실태 조명 및 책임규명 모색’을 주제로 열린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부대행사에서 패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3.12

제69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회의 주간인 12일 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는 북한의 참혹한 여성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부대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에 고초를 겪은 탈북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북한의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영국에 거주하는 북한 인권 활동가인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는 이날 뉴욕 주유엔한국대표부 반기문홀에서 '북한 여성에 대한 성·젠더 폭력 실태 조명 및 책임규명 모색'을 주제로 열린 패널 토론에 온라인 패널로 참석해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며 북한 여성들의 인권 참상을 고발했다.


박 씨는 2008년 영국에 난민으로 정착해 2017년부터 북한 인권 단체 징검다리의 공동대표를 맡으며 북한의 인권 실태를 알리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는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붙잡혀 강제 북송된 뒤 보내졌던 수용소에서 "창문도 없이 문 하나만 있는 수용소 방에서 동물 취급을 받았고, 노예처럼 맨발로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라고 회상했다.

박 씨는 인권이란 단어를 생각할 때마다 신발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박 씨는 "신발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맨발로 걷는다는 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박탈을 의미한다"며 "매일 신발을 신을 때마다 북한에 남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위해 계속 걷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라고 말했다.
뉴욕서 北여성인권 고발… “北송환 뒤 노예처럼 맨발로 강제노역”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탈북 여성 박지현씨가 12일 뉴욕 주유엔한국대표부 반기문홀에서 ‘북한 여성에 대한 성·젠더 폭력 실태 조명 및 책임규명 모색’을 주제로 열린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부대행사에서 온라인 패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3.12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으로 미 브랜다이스대에서 석사과정 수학 중인 탈북 여성 장은숙 씨는 탈북 과정에 붙잡힌 뒤 미성년자 신분으로 수용소에서 목격한 참상을 증언했다.

장 씨는 "겨울철 바깥 온도는 영하 20∼30도였고 수용소 실내 온도도 바깥과 다르지 않았다"며 "감방의 다른 동료가 심문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들의 옷은 늘 찢어져 있었고 얼굴은 고문과 구타로 멍들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감시 때문에 서로 말을 주고받을 수 없었지만, 나는 그들의 표정과 망가진 몸을 보며 그들이 가진 깊은 수치심과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장 씨는 "내가 취조실에 불려 갔을 때 바닥에 널브러진 몽둥이를 봤다"며 "만약 내가 성인 여성이었다면, 만약 아버지가 뇌물을 주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 이미지를 투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 당국에 압력을 가해 여성 인권을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들 기회가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인권단체 코리아퓨처의 이현심 팀장은 이날 패널 토론에서 탈북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 내 수용시설의 인권침해 실태를 데이터로 기록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수용시설에서 성별에 기반한 체계적인 인권침해가 있음을 확인했으며 특히 탈북했다가 체포돼 강제 송환된 수용자들이 표적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이날 토론회 환영사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더 이상 핵문제와 비교해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한 정권은 핵무기와 체계적인 인권유린 두 가지를 통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그중 북한 인권 상황이야말로 북한 정권의 실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와 절연된 북한 내 인권유린 상황은 통상 숫자와 통계만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그런 만큼 북한 인권유린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유엔에 울리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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