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룸버그·NYT 등 전망… “비료값 상승·수출 감소로 농가에도 타격”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발효된 데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2일부터 수입 농산물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 가정의 식탁 물가가 급격히 치솟을 수 있다고 미 언론이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이 과일과 채소, 설탕, 커피, 육류의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며 "이미 하늘 높이 치솟은 미국의 식품 가격을 훨씬 더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 기타 원예 상품은 일반적으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농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이 가운데 대중적으로 소비량이 큰 설탕, 커피, 코코아, 기타 열대 농산물의 비중이 약 15%다.
멕시코는 특히 미국에 설탕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로, 통상 미국 설탕 수입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내달부터 미국이 농산물에도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설탕을 비롯한 이들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또 근래 극심한 가뭄에 따른 목초지 감소로 농장에서 사육·공급되는 소가 5년 연속 감소, 195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호주·캐나다·멕시코·브라질·뉴질랜드에서 소고기를 수입하는 양이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 관세는 미국 가정에서 주로 소비하는 소고기 가격도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되는 관세가 과자나 주류, 레스토랑 메뉴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쿠키 제품 '오레오'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식품업체 몬덜레즈 인터내셔널은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오레오와 '리츠' 등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류회사 디아지오는 지난달 데킬라를 멕시코에서, 위스키를 캐나다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달의 경우 이들 제품의 판매 비중은 이 회사의 미국 전체 판매 실적의 45%에 달했다.
주류회사 콘스텔레이션 브랜드는 미국 내 매출의 75% 이상을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모델로, 코로나 맥주 등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치폴레는 샐러드 메뉴 등에 쓰는 아보카도의 절반가량을 멕시코에서 수입하고 있다.
아이오와주의 선물·옵션 중개회사인 스톤X의 매트 캠벨은 "어떤 식으로든 관세는 미국인들에게 부담이 되고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이것은 물가를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농산물 관세는 미국 농부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미국 농가는 칼륨 비료 수요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약 85%를 캐나다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 비료협회와 공화당 소속 척 그래슬리 연방 상원의원(아이오와)은 트럼프 행정부에 비료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또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의 주요 수출 농작물인 대두, 옥수수, 밀 등의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민주당 소속인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물가를 낮추겠다고 맹세했는데, 오히려 근로자 가정에 세금을 물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