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주식시장에도 암울한 전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런 수준의 관세는 본 적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으니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4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기업 칼라일 그룹의 하비 슈워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인베스트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무역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안전벨트를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 부과가 일회성 조치인지, 본격적인 무역전쟁 확대 움직임인지를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일회성 조치라면 물가에도 한번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겠지만 본격적 무역전쟁의 시작이라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산관리기업 라자드의 레이 맥과이어 사장은 이 행사에서 "적어도 현대에 들어 이런 수준의 관세를 본 적이 없다"면서 미국이 시작한 관세전쟁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관세가 결국 성장과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빈 전 장관은 "이런 관세장벽이 새로운 표준이 된다면 세계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며 경제적 효과도 나오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를 비롯한 미국 주식시장 주요 지수는 최근 하락세를 지속하며 지난해 11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나온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 2000도 올해 들어 6% 가까이 하락했고, 지난 2년간 시장을 이끈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도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인내심을 갖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블랙스톤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조나단 그레이는 "투자자들은 '관세 외교'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그룹의 린 마틴 회장도 "두 발짝 물러서서 상황을 보고, 누구도 당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은행 JP모건의 미국 증시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앤드루 타일러 글로벌 시장정보팀장은 4일 고객보고서에서 미국이 여러 국가를 상대로 관세 부과를 강행함에 따라 국내외 성장에 부담을 주면서 미국 증시의 손실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과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S&P500 지수에 대한 연말 전망치를 약세로 변경한다"고 말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알랭 보콥자 글로벌 자산관리 책임자는 "글로벌 무역 전쟁은 모든 참여자가 패자가 되는 게임"이라면서 "어떤 나라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지만 결국 모든 나라가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