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정숙의 문화살롱

2025-03-04 (화) 08:14:27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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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exander Calder-내셔널 갤러리, 워싱턴 DC

▶ ‘움직이는 조각을 만나다’

●도정숙의 문화살롱
유명한 예술가 집안 출신인 그는 철사를 구부리고 일그러뜨리는 방식으로 대상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새로운 조각법을 개발했다.

어릴 적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아 스티븐스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자동차 기술자, 기계 판매원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엔지니어로 살아왔다. 그가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1923년 뉴욕의 아트스튜던츠 리그에서 회화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다. 이후 파리로 건너가 몬드리안, 미로, 뒤샹과 어울리면서 영향을 받아 작품 활동을 지속한다. 특히 몬드리안의 작업에 영감을 얻은 칼더는 ‘몬드리안의 작품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칼더는 자신의 추상화 작업을 조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는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기 위해 가벼운 재료인 금속과 철사를 사용해서 천장에 매다는 방법을 사용했다. 새로운 형식의 조각이 세상에 등장하자 마르셀 뒤샹은 칼더의 조각에 모빌Mobile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얇은 철사와 금속 도형으로 구성된 칼더의 모빌은 무게중심을 파악해 도형을 배치하는 특징이 있다. 무게중심은 물체의 각 부분에 작용하는 중력이 모이는 작용점이다.


물체의 무게가 공평하게 나눠지는 지점이다. 도형뿐만 아니라 모든 물체는 단 하나의 무게중심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평면도형을 사용한 칼더는 모빌의 끝에 달린 도형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무게중심을 찾으며 작품을 완성해나갔다.

그는 본인의 모빌을 ‘움직이는 회화’라고 명명했다. 그의 모빌은 작품을 스치는 바람과 관람객의 움직임에 시시각각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이때 빛을 받아 반짝이는 철제 조각과 불규칙적으로 만들어지는 그림자를 살피는 것도 감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된다. 그는 본인 작업을 구성하는 모든 재료에 마치 안무를 하는 듯한 생명력을 부여하면서 50년 동안 2만 4천여 점의 작품을 조수도 없이 혼자서 제작했다.

칼더는 뒤샹과 동시대에 활동하면서 당대 유럽의 모더니즘과 미국의 신생 아방가르드 흐름을 연결하는 주요한 가교역할을 했다. 이후 미술사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고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는 후대의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대다수 사람에게 모빌은 단지 움직이는 평면체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에게는 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한 칼더. 균형 잡힌 물체인 조각의 틀을 부순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로, 미국이 낳은 훌륭한 조각가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했다. 1952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조각대상을 받은 이후부터 칼더는 거대한 규모의 야외 설치작업에 몰두했으며 이 조각들은 오늘날 세계 각지의 공공기관에 설치되어 있다.

내셔날 갤러리 동관 타워층에는 칼더의 작품으로만 채워진 칼더 룸이 있다.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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