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6일 나이키와 와플메이커] 스포츠 러닝화의 탄생과 진화
2025-02-28 (금) 12:00:00
최윤필 / 한국일보 기자
영국 제화산업 중심지인 영국 노샘프턴셔의 노샘프턴박물관 전시실에는 ‘스펜서 경의 러닝화(추정), 1865’란 푯말을 단 구두 한 켤레가 전시돼 있다. 바닥에 4개의 스파이크가 박힌 280g 무게의 로컷 가죽 신발. 현존하는 인류 최초의 (전문)러닝화다.
1890년 설립된 ‘J.W 포스터 앤드 선스(리복사의 전신)’는 최초의 러닝화 전문업체 중 한 곳이다. 달리기 애호가였던 창업자(Joseph William Foster)가 개발한 가죽 스파이크 러닝화는, 영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의 모티브가 된 1924년 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 해럴드 에이브러햄스(Harold Abrahams)의 신발로 명성을 얻었다. 20세기 초 가죽을 대체할 고무 밑창과 천을 융합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러닝화는 획기적으로 가벼워졌고, 1차 대전 이후 케즈와 컨버스 등 회사들이 혁신적 운동화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1940년대 사이가 멀어져 아디다스와 푸마란 독자 브랜드를 론칭한 독일의 두 형제 아디와 루돌프 다슬러(Dassler)가 육상화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20년대였다.
하지만 러닝화에 스포츠 과학이 본격적으로 개입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나이키 신화의 원년 주역으로, 스펀지 고무 미드솔을 장착해 노면 충격을 완화한 최초의 쿠셔닝 슈즈 중 하나인 ‘코르테즈(Cortez)’가 1971년 5월 처음 출시됐다. 이제는 일상 스니커즈의 빈티지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70년대의 코르테즈는 프로 육상 선수들이 탐내던 전문 스포츠화였다.
고무보다 충격 흡수력이 좋고 가공성도 뛰어난 공기 주입식 신소재(form)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가 출현한 것도 70년대 중반이다. EVA를 활용한 다양한 스포츠 전문화들이 잇달아 출시됐다. 70년대 러닝화 디자인 과학화에 불을 지핀 신발 중 하나인 나이키 사의 ‘와플 밑창(waffle sole)’ 러닝화도, 흥미로운 탄생 신화(?)와 더불어 75년 출시됐다.
<최윤필 / 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