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스 시장, 최초 여성국장 크라울리 해임
▶ “산불 초기대처 실패·사후보고 거부” 이유
▶ 노조 등 일각 “정치적 결정 희생양” 반발도
캐런 배스 LA시장이 LA 지역 대형산불 사태와 관련해 LA시 소방국(LAFD)의 크리스틴 크라울리 국장을 전격 경질했다. 지난달 많은 피해를 낸 팰리세이즈 산불 관련 인력 배치 실패와 사후보고 거부가 이유다. 이와 관련 LA타임스는 이번 산불사태에서 실제로 소방국 수뇌부의 대응에 허점이 있었다고 보도했는데, 일각에서는 그동안 LA 시정부와 배스 시장을 공개 비난하며 갈등을 빚어온 크라울리 소방국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정치적 결정이라는 주장도 나오는 등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배스 시장은 지난 21일 크라울리 국장과 회동한 뒤 그녀를 즉각 해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시 소방국장에 로니 비야누에바 부국장을 임명했다고 덧붙였다. 배스 시장은 “공공 안전과 소방국 운영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산불이 발생한 그날 아침, 1,000명의 소방관이 근무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롤리 국장의 지휘 아래 그들이 퇴근 조치 됐다. 또한, 조사를 위해 소방위원회 위원장이 크롤리 국장에게 사후 보고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LA타임스도 자체 조사 결과 실제로 LAFD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LAFD 내부 기록과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LAFD 수뇌부가 팰리세이즈 산불이 발생하기 전 1,000여명의 소방관과 수십대의 물을 실은 소방차를 긴급 배치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또 바람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소방관들에게 2교대 근무를 명령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는데 만약 그랬다면 현장 인력을 2배로 늘릴 수 있었으며, 또 전직 고위 소방 관계자들을 인용해 산불 발생 전 최소 10대의 소방차를 팰리세이즈 지역에 배치했더라면 초기 단계에서 진압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해임 결정에 대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 소방노조인 LA소방연합 로컬112의 에스코바 회장은 해임 결정이 부당하다며 1,000명의 소방관이 추가 배치되지 않은 것은 소방차 및 장비 부족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모니카 로드리게스 LA 시의원은 배스 시장이 산불 발발 당시 가나 순방 중이었는데, 자신의 부재가 논란이 되자 소방국장을 희생양 삼아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앞서 크라울리 국장은 화재 발생후 진압 초기단계부터 시장과 행정부를 비난하며 갈등을 빚었는데, 폭스11,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LA시가 소방국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아 심각한 인력 및 장비 부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CNN 인터뷰에서 “시 예산 삭감이 소방국 대응 능력에 영향을 줬냐”는 질문에 크롤리 국장은 “매우 분명히 말하겠다.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배스 시장은 ABC7과의 인터뷰에서 “그녀(크롤리)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해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시의회 개입 가능성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시장은 시의회 승인 없이 소방국장을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해임된 국장은 10일 이내에 시의회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으며, 시의회가 3분의 2의 찬성으로 시장의 결정을 번복할 수도 있다.
한편, 지난 2022년 당시 에릭 가세티 시장에 의해 LA시 소방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장으로 임명됐던 크라울리는 “공직생활 30년 중 25년을 LAFD에서 봉사한 것은 큰 영광이었다. 소방국장으로서 소방관들이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소방관들을 돌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자신의 해임이나 배스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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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