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뛰지 마!

2025-02-21 (금) 08:28:08 신석환/수필가
크게 작게
칸소네의 노랫말 시 중에 이런 시가 있다. “뛰지마/그러면 너는 볼 수 있을 거야/네 주위에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꽃 속에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 있는 것을/뛰지마/그러면 너는 찾을 수 있을 거야/길가 돌 틈에서 너만을 위해 빛나고 있는 다이아몬드를/멈춰서면 볼 수 있을 거야/너는 많이 뛰었지만 결국 항상 그 자리에 있음을 알지 않니”

엊그제 유명을 달리한 어느 여자 영화배우에게 들려주고픈 시다. 연예인들은 뛰면서 사는 인생이다. 그렇게 뛰다보니 아름다운 것들을 보지 못한다. 돌 틈 속에서 빛나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보지 못한다. 급하게 뛰다보니 숨이 찬다.

급하게 뛰다보니 정신이 없다.
이제 겨우 스무 살 중턱의 연예인이 세상을 떠났다. 죽어야 할 만한 이유는 없었다. 굳이 죽음으로 내몰린 이유를 말하자면 음주운전의 여파로 전과자가 된 죄다. 어찌 이들 뿐이랴.


적지 않은 숫자의 연예인들이 공격을 받고 질타를 받고 연예계를 떠나던가 아니면 소중한 목숨을 버렸다. 물론 음주만이 아니다. 폭력을 위시해 철없던 시절의 불장난이 화근이 되어 인생을 아예 박살낸 경우를 많이 보았다.

공인! 풀어쓰면 공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는 연예인들이 공인이라는 정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배우나 가수를 부를 때 대략 존칭을 쓰지 않는다. 배우 이순재, 가수 나훈아라고 불러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그들은 인기인이다. 공인이 아니라 친근한 우리의 별들이다. 때문에 그들이 살다가 잘못을 저지르면 엄청 실망한다. 환하게 빛나는 별이 갑자기 그 빛을 잃고 칙칙해지는 게 싫어서다. 그리고 그들을 일러 공인이라서 실망한다고 외친다. 공인은 어떤 의무를 지우는 것인데 그들에게 우리는 무슨 의무를 지워줬는가.

투표를 해서 뽑았나 아니면 연예인 선발 국·영·수 시험을 쳤나. 그러면서 사람들은 연예인에게 도덕적으로 완벽하기를 바란다. 마치 엄격한 도덕군자나 요조숙녀처럼 행동하기를 바란다. 웃기는 발상이다. 그래서 음주운전에 걸리면 보통사람보다 가중 처벌을 받는다. 소위 말하는 “공인괘씸죄”가 입혀진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연예인들이 자선도 많이 한다. 자선에 소홀하면 그것도 욕을 먹는다. 많이 벌었으니 많이 내라는 식의 자선이나 기부행위를 은근히 압박하는 분위기가 존재함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공인 중에도 상당한 수준의 공인을 예로 들면 국회의원은 어떤가.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에는 연예인을 뛰어넘는 음주운전 전과자가 한 둘이 아니다. 폭력전과자에 파렴치범까지 그 수가 대단하다.

그래도 연예인을 향한 돌팔매보다는 훨씬 가벼운 돌을 그들에게 던진다. 게다가 연예인들의 전과나 사소한 비행은 그 죄가 꼬리표가 되어 죽을 때까지 붙어 다니지만 음주운전 전과자 의원은 시치미를 떼며 잘도 산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기부도 잘 안한다.


음주운전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죄를 저질러 전과자가 된 연예인들은 법의 처벌 말고 다른 형벌이 기다린다. 소위 말하는 이 시대의 하이에나인 네티즌들에 의해 틈만 나면 난도질을 당한다.

그들에게는 뉘우치고 다시 살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불미스런 일로 한동안 자숙하며 살다가 다시 연예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어 그를 소개할 때가 되면 꼭 그 옛날의 일을 들춰내어 아나운서는 낭랑한 멘트로 망신을 주고, 기자는 기사를 신나게 써댄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기자들도 흥미 위주로만 연예인을 다루지 않았으면 한다. 그 펜 끝에 연예인들의 목줄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를 목도하지 않는가.

공인이라고 그렇게 주장하면서 공인다운 대우는 행방불명이다. 공인 국회의원, 공인 장차관, 공인 공무원에 비해 공인 연예인은 한참 말석에 있지만 그러면서도 똑바로 살기위해 애쓰는 연예인을 보라. 연예인 션이나 이영애, 유재석, 배용준 등 기라성 같은 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은 재물을 이 사회에 기부하는지를 다 알지 않는가.

그런 행위가 결코 쉽지 않음을 아는 사람은 안다. 공인이라는 스타들이여! 공인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값을 하느라고 너무 빨리 뛰지 마시라. 스트레스 많은 비정한 인간들이 오늘도 어디 잡을 대상이 없나 하고 찾지만, 그대들은 천천히 신이 주신 아름다운 재능을 즐기며 살기 바란다.

<신석환/수필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