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요 칼럼] 생강 같은 사람

2025-02-18 (화) 12:00:00 박영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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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미식 문화는 상류층만 누리던 특권이었다. 프랑스 요리에 변혁이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향신료를 받아들이며 다양한 문화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향신료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생강은 빠져서는 안 될 재료다. 생강만으로는 어떤 음식을 만들 수 없지만, 향신료로는 단연 으뜸이라 해도 반기를 들 사람이 없으리라. 생강의 향은 강하고 독특하지만 다른 양념이나 재료들과 어울리면 자신의 향을 포기한다. 생강은 어느 재료와 섞여도 강한 향을 숨길 수 없다. 그런 자신을 잘 알고 있는지 다른 재료와 양념들 속에서는 자신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생강은 다른 재료들을 만나면 맛을 잘 맞춰 주고 연합해서 조화를 이룬다. 생강이 다른 재료들과 만났을 때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자기 향과 색깔을 내려놓고 이질적인 것과 어울려 화합한다. 생강이 자신만의 향으로 음식에서 돋보이고자 한다면 그 음식 맛도 살리지 못하고 자신의 향도 살리지 못하리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향신료나 양념들과 조화를 이루고 재료의 맛을 돋보이게 한다. 또한,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양념들의 향과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단다. 주변에 생강 같은 사람이 있다면 지나가던 발걸음조차도 멈추게 되지 않을까. 그런 사람 곁에 사람들이 머물게 된다.

생강 같은 사람이 되자는 한국의 어느 한의사의 말에 공감했다. 생강의 효능은 다양하다. 생강은 해독 식품의 대표로 뽑힌다. 무엇보다도 다른 약재의 독성을 방지하는 성분이 있단다. 한약을 지을 때 생강즙을 첨가하면 다른 한약재의 독성이 약화 된단다. 생강 청은 감기를 예방하는 식품으로 탁월한 효능이 있다. 그 외에도 식중독 예방과 혈중 콜레스테롤 방지, 혈압 낮춤, 뇌경색 예방, 몸과 위장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등 효능이 다양하다. 생강은 대표적인 항암 식품으로 암 전이 억제 효능이 있고 항염증, 항산화와 살균력에 탁월한 효능이 있단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자신에게 맞는지 점검하는 것은 기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일방 소통이 아닌 상호 소통이 이뤄져야 원활한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다. 자기 고유의 성향과 뚜렷한 가치관이 있지만 공동체에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생기와 생명력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머무는 곳에서는 부지불식간에 자연스럽게 미소를 머금게 된다. 생강 같은 인격을 품은 사람이 되면 어떨까.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알고 본인만 모르는 아집이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박영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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