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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AI, 오픈소스와 ‘쩐의 전쟁’

2025-02-18 (화) 12:00:00 이동현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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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업인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AI 개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제공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2015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손을 잡고 만들었다.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 비영리단체다. 오픈AI가 그간 주요 기술 및 연구개발(R&D) 성과를 논문으로 공개하고 누구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이유다. 머스크는 4,500만 달러(약 650억 원)를 기부하는 등 힘을 보탰지만, 2018년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머스크는 올트먼이 AI 기술을 영리화·상업화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며 오픈AI와 결별했다. 주요 기술을 비공개로 전환하자 ‘오픈하지 않는 오픈AI’ ‘닫힌AI’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폐쇄 정책이 AI 기술 혁신에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가 컸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 등 시장지배적 대형 기술기업들로부터 66억 달러(약 8조7,00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AI시장 독점 및 AI 기술의 공익성·안전성·윤리성 훼손을 우려하는 반발에 직면했다.


AI 기술의 초석인 머신러닝 이론을 확립해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AI 대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까지 공개 반대하면서 오픈AI 영리 법인 전환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오픈AI가 소프트뱅크·오라클 등과 함께 5,000억 달러(약 710조 원)를 투자해 AI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또한 회의론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다음 날 발표한 정책임에도 머스크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AI 기술 경쟁이 ‘쩐의 전쟁’처럼 흘러가지만, 미국에서 오픈AI 영리화에 반발이 거센 건 AI기술 혁신의 핵심이 ‘오픈소스’ 전략임을 확인해 주는 게 아닐까. LG AI연구원이 2024년 국내 최초로 AI모델(엑사원 3.0)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이후 수익 모델까지 만들고 있다고 한다. 오픈소스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한 사례다. 정부와 민간이 지금껏 닫아 뒀던 AI모델을 오픈소스로 개방한다면 글로벌 AI경쟁에서 더 큰 기회가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동현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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