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요단상] ‘우리 안에 있는 반항심이라는 씨앗’

2025-02-14 (금) 12:00:00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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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의 스승 세고에 선생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 중에 내기바둑이 있다. 하지만 아직 십대인 조훈현이 2단을 취득하자 우쭐해졌다. 6단을 가진 한 선배와 내기 바둑을 했다. 조훈현이 내리 여섯 판을 이겼다. 상대방은 판돈 600엔을 놓고 연구원을 떠났다. 며칠 후 세고에 선생이 조훈현을 불렀다. 선생이 말했다. “내기 바둑을 두었느냐?” “네” 선생이 다시 말했다. “지금 내 집을 떠나라. 너는 바둑을 공부할 자격이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거라.” 파문당한 조훈현은 갈 곳이 없었다. 식당의 접시 닦는 일을 얻어 겨우 생계를 해결했다.

한 달 쯤 지났다. 스승이 불렀다. 조훈현은 스승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세고에 선생은 이번엔 두 눈을 감고 말했다. “내가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네가 제 1인자가 될 재목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문제는 재주가 아니라 인품이다. 이 녀석이 바둑 명인에 걸 맞는 인격과 품위를 갖출 수 있을까, 이것을 늘 생각해 왔다. 너는 명심해라. 인격적 결함을 가진 자는 바둑의 고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조훈현은 다시 훈련생이 되어 스승에게 심오한 ‘기도(棋道)’, 바둑의 도를 배웠다. (조훈현의 ‘고수의 생각법’ 중에서)

일본 바둑계의 거성 세고에 겐사쿠(漸越 憲作)선생은 평생 세 명의 제자만 받아 기른 것으로 유명하다. 한 집에 가족같이 지내면서 세 제자를 길렀다. 세 제자는 일본 바둑계의 정상급인 우칭위안, 일본 기성전을 아홉 번이나 우승한 하시모토 우타로, 그리고 한국인 조훈현이다.


모두 세계 바둑계의 제 1인자가 되었다. 국수 조훈현 9단은 세고에 선생에게 상대방을 대하는 겸손한 예의, 상대를 이기기 전에 먼저 자신을 이기는 절제, 경건한 자세를 먼저 배웠다.

‘인간 안에 꿈틀거리고 있는 반항심의 씨앗’, 곧 자유의지의 문제는 에덴동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생명나무와 선악을 아는 나무를 함께 창조하신 하나님 앞에 스스로를 높여 하나님처럼 되려고 한 것이 바로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대한 반항심의 씨앗이었다.

이 반항심을 가지고 아담과 하와는 삶을 자율적으로 선택, 조절할 수 있기를 염원했다. 하지만 아담과 하와는 이 반항심으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흔들어 놓았고 원죄를 범한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비판하는 무신론자 중에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한 개의 산소 원자로 되어있는 물 분자의 구성을 언급하면서 “하나님이 공평하려면 산소도 수소와 동일하게 두 개의 원자가 있어야 한다”며 말한다. 하지만 물 분자 안에 두 개의 산소 원자를 부여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을 마시는 사람의 내장은 전부 하얗게 표백되고 말 것이다. 그 액체는 물이 아니라 과산화수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견고한 화학구조 안에는 인간의 반항심으로 이래라 저래라 명령할 수없는 절대법칙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절대주권의 섭리도 인간이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는 불변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조물 인간이 생명나무에 대해 반항심을 가지고 통제권을 행사하려 든다면 그것은 무모한 자유의지의 표출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당신은 참 리더인가. 아무리 힘들어도 마땅히 지켜야 할 ‘도(道)’의 길을 가는 국수급(國手級) 리더가 되라. 아담과 하와처럼 반항심의 씨앗을 품은 자유의지의 노예는 되지 말라.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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