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람이 분다

2025-02-13 (목) 08:13:47 이지현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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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입춘이 지나간 자리에
바람이 분다

이십사 절기의 시작인 입춘
봄의 시작 바람이 분다
매서운 바람이다

두 볼이 따갑도록 차다
귓 부리가 얼음장처럼 차다
숨을 쉬면 나오는 입김에
서리가 보인다
매서운 바람이다


봄 바람은 목화 솜 옷깃 속에서도
썰렁하고
아랫목 밥 주발 덮어놓은
작은 포데기 속 손을 넣어도
미지근 하고 쓸쓸하다

입춘의 봄도 차갑고
천지분간 못하며 소용돌이 치는
출렁이는 세월 바람에
온 육신의 매디매디가 시럽다
그냥 춥다

입춘의 봄바람 정월의 얼음바람
휘영청 공명한 하늘에 떠 있는
대보름달도 춥다

서너 조각 솜 구름들
보름달 에워싸 바람을 막아준다
달래며 위로한다

바람이 분다
품에서 등까지 시린
칼 바람

눈이 비로 바뀐다는 우수엔
훈풍이 불어 올까

바람이 분다
찬 바람이 분다

<이지현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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