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도의 위험성과 가족 간의 신뢰

2025-02-07 (금) 12:00:00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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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은해는 내연남과 공모하여 경기도의 한 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일명 ‘계곡살인’으로 알려진 이 사건에서, 이씨는 남편 명의로 가입된 약 8억원의 생명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수영을 못하는 남편에게 계곡에서 다이빙을 강요한 후 구조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이은해는 무기징역, 내연남 조씨는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받았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유사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2000년 플로리다주 레이크 세미놀에서 오리 사냥 중 실종된 마이크 윌리엄스는, 2017년 그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살해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조사 결과, 그의 아내 드니즈 윌리엄스와 친구 브라이언 윈체스터가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고, 각각 무기징역과 20년 형을 받았습니다.

가족은 무엇보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관계여야 합니다. 그러나 위의 사건에서 보듯이, 남편이 아닌 내연남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치밀한 범행을 계획한 결과, 가정이 파괴되고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근본적인 신뢰를 저버리고, 배우자를 희생시킨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결정이었습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 라는 속담은 사람의 마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알기 어렵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마음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사람의 말과 행동만으로 그 사람의 진짜 생각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람을 평가할 때 외면적인 모습보다는 그 행동과 태도를 오래 지켜보며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느 남편의 경우 우연히 아내의 심각한 외도를 알게 된 후 죽고 싶다면서 무척 괴로워했습니다. 그는 아내의 미모와 속궁합에 만족해서 결혼했고, 아내가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내와의 잠자리를 거부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아내가 내연남과 함께 자신을 험담하고 조롱하는 블랙박스 녹음을 듣고도, 선뜻 이혼을 결심하지 못했습니다.

단순외도와는 달리 심각한 외도의 경우,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맺고 이를 속이는 배신 행위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배우자와 자녀가 아닌 내연남이나 내연녀와 더욱 친밀해지고, 심지어 공동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일시적 외도로 끝난다면 모르겠지만, 내연관계가 이익공동체 또는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경우, 기존 가족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심각한 외도는 단순히 감정적으로 용서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배우자와 함께 생활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건강이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뢰할 수 없는 배우자가 법적 보호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가족은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해야 합니다. 그 안전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깨졌을 때, 별거와 이혼을 고려하는 것은 결코 비난 받을 일이 아닙니다. 허울뿐인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다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문의 (703)593-9246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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