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하러 가자. 올해에도 딸들 가족을 떠나보내기 전, 로즈힐 메모리얼 공원에 데리고 왔다. 쌀쌀하지만, 햇빛이 찬란하다. 구불구불한 언덕길은 활기가 넘치고 차들이 바쁘게 오르내린다.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묘지는 산허리마다 꽃밭이다. 울긋불긋한 가득 찬 풀밭에 누워 쉬고 있는 육체와 천국에 있을 영혼은 자식과 친척들이 줄지어 찾아오는 모습을 무척 반기리라.
이곳은 교회가 5개 정도다. 그중에 ‘하늘교회’는 넓고 밝고 제단의 배경은 창틀이 없는 거대한 통창이다. 유리를 통해 높은 푸른 하늘, 흰 구름과 햇살이 스테인레스 그림을 통해 천국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엄마와 여동생 그리고 남동생 때 이 ‘하늘 교회’에서 천국 환송 예배를 드렸다. 슬픔이 없는 천국으로 올라가는 그네들의 영혼이 보이는 듯해서 남겨진 우리의 슬픔을 달랠 수 있었다.
추모 공원은 1,400 에이커로 잠실야구장 57개가 합쳐 있다고 보면 된다. 엘에이 코리아타운에서 20여 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언덕을 덮고 멀리까지 계속 확장 중이다. 세상의 사랑과 미움, 인종 차별, 이념과 정치 갈등까지 이곳에서는 의미가 없다. 한인 이민자들도 많이 잠들어 있다.
로즈힐은 시부모님과 친정부모, 형제들이 있어 고향 같은 편안한 안식처다. 오늘도 큰 사위와 작은 사위는 한국식으로 조부모께 큰절을 올렸다. 천국에서 환한 미소 속에 축복 기도로 화답하는 것이 상상되었다.
딸들이 결혼할 때 한해는 시부모 가족과, 다음 해는 친정 부모와 함께 새해를 보내는 것으로규칙을 세웠다. 그 후 15년 이상 잘 지키고 있다. 이번에는 친정으로 오는 해다. 손녀가 오니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집을 꾸미고 가슴 설레며 기다렸다. 우리 애들이 내려오면 조카들도 모여 축제 같은 연말을 보낸다. 이민가정은 거의 그렇겠지만 어릴 때부터 사촌끼리 많이 만나며 자라서인지 각별하게 결혼 후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세배하는 법을 가르쳤다, 세배(歲拜)란 한 해를 넘기고 새해를 맞은 것을 기념하여 문안드리는 것으로 단지 친족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께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자주 이야기해 줬다. 세뱃돈을 주며 축복의 말을 나누는 일은 큰 사랑의 의미가 담겼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우리 집은 세배를 거르지 않는 새해맞이 행사가 되었다.
절기마다 로즈힐을 찾는 일은 아직 내가 한다. 가능하면 딸들이 북 가주 집으로 떠나기 전 로즈힐에 친가와 외가의 양쪽 할아버지 할머니 묘지에 찾아가 꽃을 꽂고 인사를 하게 한다. 말로 하는 것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민 역사와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일이라는 나의 신념 때문이다. 외국인 사위들이 양쪽 조부모님께, 손녀까지 증조부님께 큰 절을 하면 기분이 좋다. 내 나라의 전통문화를 알아가니 뿌듯하다. 구정에는 우리 내외만 와도 서운해 하지 않으실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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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조앤 오렌지 글사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