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당신은 카메라 속에
2025-01-27 (월) 08:02:14
이중길 은퇴의사 / 포토맥 문학회, VA
수없이 많은 벌들이 날고 있다
윙윙거리며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다
숲속 구석에 보이는 팻말에는
‘웃어라, 당신은 카메라 속에‘
밝은 겹눈으로
얼굴의 빛과 붉어진 양심이
빙빙 원형을 그리며 생각하는
당신들의 뇌속 변화를 보고 있다
가까이 오지 말라
너희들의 마음을 깊이 볼 수도 있다
너희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들의 양식을 핑계 삼아
만들어 놓은 네모난 상자 속에서
사랑하는 여왕과 후손들이 힘겹게
살고 있는 감옥 같은 집
건드리지 마라
너희들의 음침한 생각을 감독하는
카메라 두 개의 겹눈이 드론처럼
움직임과 얼굴을 꿰뚫어 보고 있다
웃어라, 당신은 내 눈 속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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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길 은퇴의사 / 포토맥 문학회,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