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의 다른 점(6)

2025-01-21 (화) 08:04:56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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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은 사진기만 들이대면 울다가도 웃는다. 사진 찍을 때 웃어야  한다고 배운 건지, 아니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건지 울다가도 웃는다.

그런데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웃다가도 심각한 얼굴로 바뀐다. 아마도 근엄한 표정이 몸에 배어 있어서 그런 거 같다. 요즘은 바뀌어서 다들 사진 찍을 때 호들갑을 떨고 웃긴 포즈를 취하지만, 나는 여전히 부자연스럽다.

40년 전, 처음 미국에 와서 낚시터에 따라다니며 잡히는 대로 회를 떠먹곤 했다. 잡히는 곳 은 상관없이, 크고 작은 고기도 상관없이, 생선도 미제는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는지 잡은 고기를 경찰이 다니며 조사하는데 걸리지 않게 작은 것은 순식간에 회를 쳐 먹고 개수가 넘으면 숨기는 박스를 따로 비밀리에 만들어서 갖고 다닌다.


미국 사람과 같은 배에서 낚시를 할 때, 작은 고기를 놓아주면 어떤 사람은 욕을 했다. 힘들게 잡은 고기가 아깝다고,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이들은 재미로 고기를 잡고, 우리는 잡아서 먹는 재미로 고기를 잡는다. 어느 곳에 조개가 잘 잡힌다고 소문나면 그곳의 조개는 얼마 지나면 씨가 말라 버린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고등어 낚시를 하는데 오션시티라는 곳에서 고등어 떼가 지나가는 때가 있다. 일 년에 한번, 봄철 3-4일 정도로 길어야 일주일정도 지나간다. 시기를 놓치면 일 년 뒤에나 다시 잡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큰 아이스박스에 하나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이 잡히기도 한다.

그 다음날 또 잡으려고 몇 명이 한 차로 갔다가 교통사고로 모두가 죽었다. 오래 전 얘기지만 나도 잘 아는 분 들이었다. 욕심 때문에 생긴 일이다. 요새는 이상기후로 고등어 떼를 만나려면 뉴욕 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예전에 한국 사람이 터 잡고 고기 잡던 곳은 중국 사람들이나 월남 사람이 그 자리를 잡고 있다.

옛날에는 딱히 취미가 없어서 남들이 하는 걸 따라다니며 낚시를 했지만 지금은 등산을 하든지 골프를 한다. 잡은 고기 머리, 꼬랑지, 껍데기, 내장을 그들은 살 외에는 다 버리고 우리는 매운탕 끓여 먹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안 버린다.
지금은 여유로워졌어도 내 식문화는 여전히 똑 같다. 여기서 자란 아이들은 달라질지 몰라도, 나는 죽기 전까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 투표해본 적은 없지만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민주주의 세상에서 자유롭고 비밀리에 진행되는 아무도 모르고 나만이 아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장사를 하려면 주정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주민공청회(Hearing)를 통과해야 한다. 이때 투표를 한 기록이 없으면 자격이 없다. 내 권리 주장하려고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 가게를 하려니 투표를 했다. 정부에서 하는 일에 협조를 잘 하는지 체크하려는 제도 같다.

비밀투표가 아니라, 내 기록을 정부에서 보유하고 확인을 한다. 정부기관에서 일하려면 부모가 시민권자여야 하고 신원조회를 철저히 한다. 이민으로 만들어진 여러 나라 사람이 섞여 만든 나라라서 그런지 정부의 간섭에 따라야 하는 게 꽤 많다. 법치국가에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규칙을 지키며 살면 문제될 일이 없다. 처음에는 어거지로 따르는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법을 잘 지키는 모범 시민으로 변하게 된다.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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