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5년 물가 걱정

2025-01-02 (목) 12:24:06
크게 작게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해리스를 누르고 승리할 수 있던 핵심 동력은 경제 이슈였다. 해리스는 민주주위와 자유 같은 가치를 캠페인 구호로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유권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트럼프를 선택했다.

당시 미국경제의 거시지표는 많이 개선되는 있었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물가가 훨씬 피부에 와 닿는 이슈였던 것이다. 트럼프는 유권자들의 이런 인식과 우려를 파고들어 당초 예측을 훨씬 뛰어 넘는 압도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물가 문제를 해결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속에 유권들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대부분이다. 트럼프가 내세운 정책들이 물가를 안정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이른바 ‘트럼프노믹스’의 ‘3대 축’은 관세 인상, 감세, 그리고 이민자 추방이다. 이 정책들은 모두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우선 관세를 보자.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를 비롯해 보든 수입제품 전반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는 고율의 관세 부과 시 수출국이 부담을 지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수입업자들에게 부담이 넘어가고 이는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불법 이민자 추방 역시 물가를 자극할 소지가 크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이들이 대규모로 추방되면 노동공급이 줄어 필연적으로 인건비 상승이 뒤따르게 돼 있다. 물론 이들의 존재로 상품과 주택,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 물가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저임금 노동력 공급으로 물가를 낮추는 요인이 더 컸다는 것이 많은 연구들의 결론이다. 또한 감세를 시행할 경우 수조 달러의 돈이 시중에 더 풀리게 되고, 이 돈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건 너무나도 자명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물가에 불만을 가진 많은 유권자들 덕에 트럼프가 당선됐지만 정작 트럼프가 당선되자 유권자들 사이에는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트럼프가 내세운 정책들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져 나오자 많은 소비자들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사두자”며 가전제품과 일상용품 등을 마구 사재기하고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튜브에는 사재기해야 할 물품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생각으로 소비를 하게 되면 진짜 물가가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한 경제연구소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해 그동안 내세워 온 정책들을 시행한다면 2026년까지 6~9.3%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암울한 전망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스타일로 볼 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동안 자신의 정책들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바이든의 경제를 비판하면서 물가를 빠르게 잡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는 막상 당선이 되자 딴 소리를 하고 있다. 그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물가가 내려오지 않는다면 당신의 직무를 실패로 여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그렇지 않다. 물가는 올랐으며 나는 이것을 내리고 싶다. 하지만 한 번 올라간 것은 내리기가 쉽지 않다”며 슬쩍 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2025년 한 해 상당한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해 보인다. 어떻게 이에 대비하고 현명한 지출과 투자 계획을 세울지는 소비자들 각자의 몫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