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소 담당한 임시검사장 임명 ‘불법’ 판결이라며 사건도 기각
▶ 백악관 “법무부, 즉시 항고할 것…임시검사장 임명도 합법적”

코미 전 FBI 국장과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로이터]
정적들에 보복을 가하려고 연방 검찰에 충성파를 심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에 대한 기소가 적법 절차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인데, 백악관은 이에 대해 즉각 불복 방침을 밝히면서 법정 다툼 및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캐머런 맥가윈 커리 판사(사우스캐롤라이나 연방지방법원 소속)는 24일 코미 전 국장과 제임스 장관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커리 판사는 이 사건 기소를 담당한 버지니아동부 연방지방검찰청의 린지 핼리건 임시검사장이 불법으로 임명됐으며, 따라서 핼리건이 임시검사장으로서 담당한 사건도 기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커리 판사는 향후 법무부가 합법적으로 임명한 검사를 통해 다시 기소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피고인들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재집권한 뒤 법무부와 검찰을 압박해 정적들을 수사해왔으며 코미 전 국장과 제임스 장관은 이런 '정치 보복'을 당한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다.
코미 전 국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인 2013년 9월 FBI 국장으로 취임했으나 10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트럼프 1기 첫해인 2017년 5월 해임됐다.
그는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트럼프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던 도중에 해임됐으며,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는 2020년 의회에서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 대해 위증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제임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그룹이 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에서 사기 대출을 받았다며 2022년 민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 측은 작년 2월 3억5천500만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상고가 진행 중이다.
제임스 장관은 2023년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해 담보 대출을 신청하면서 주거지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는 등 대출 사기를 벌였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커리 판사는 행정부가 임시검사장을 연속으로 임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핼리건 임시검사장의 임명이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통상 검사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에서 인준하지만, 공석이 생길 경우 법무장관이 임시검사장을 120일간 임명할 수 있다.
120일 이후에도 상원 인준을 마친 검사장이 없으면 관할 연방지방법원의 판사가 후보를 임명할 수 있다.
코미 전 국장과 제임스 장관의 변호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월 에릭 시버트를 임시검사장에 임명할 때 임명 권한을 이미 사용했기 때문에 핼리건을 다시 임시검사장에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커리 판사는 이 주장에 동의했다.
시버트는 120일 임기를 마친 뒤 정식으로 임명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버트가 코미 기소 추진을 거부하자 지난 9월 그를 쫓아낸 뒤 백악관 특별보좌관 핼리건을 임시검사장으로 임명했다.
보험사건 변호사 출신이며 검사 경력은 전무한 핼리건은 임시검사장 취임 당일에 불기소 처분 방침을 뒤집고 검사들에게 기소 추진을 지시했다.
코미 전 국장과 제임스 장관은 부당한 보복성 기소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기각을 요청했다.
코미 전 국장은 이날 판결 뒤 영상 메시지에서 "법원이 나에 대한 사건을 끝내서 감사하다. 이건 악의와 무능함에 기반한 기소였으며 도널드 트럼프 하에서 법무부가 어떻게 됐는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장관은 성명에서 "난 오늘 승리에 힘이 나며 전국에서 보내온 기도와 지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번 사건 기각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보복 시도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검사장을 다시 임명한 뒤 새롭게 기소하거나 이번 결정에 항고할 가능성이 있어 이번 사건이 완전히 종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매우 즉시 항고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임스 코미는 승리의 기쁨을 진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또한 판사의 공소 기각 결정을 코미 전 국장과 제임스 장관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 판결로, 행정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핼리건이 임시검사장으로서 "극도로 자격이 있으며, 합법적으로 임명됐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