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기종 보잉 737-800
▶ 외국서도 잇단 고장 사례
▶ 랜딩기어 안 접혀 회항
▶ 한국 저가항공 예약 취소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 기종이 항공기 제조사 보잉(Boeing)의 737-800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기종이 최근 잇달아 유압 장치 또는 랜딩기어 고장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참사 하루 만에 제주항공의 같은 기종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부품과 동일한 이상으로 정상적으로 운항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한국에서는 저가항공사를 이용한 항공 여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7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은 이륙 직후 랜딩기어 이상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은 대체편 항공기를 마련했으나 승객들이 탑승에 불안을 느껴 20여 명이 여행을 포기하고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항한 항공편에 투입된 기종은 보잉의 B737-800으로, 전날 참사가 벌어진 기종과 같다. 제주항공은 41대의 기단 중 대부분인 39대를 이 기종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30일 네덜란드 항공(이하 KLM)은 자사 홈페이지에 지난 28일 오슬로에서 암스테르담을 향하는 여객기 KL1204편(B737-800)이 이륙 직후 이상이 있어 토르프 산데피요르드 공항으로 우회했다고 밝혔다. KLM에 따르면 182명을 태운 이 여객기는 큰 소음이 발생한 후 비상착륙을 위해 항로를 바꿨다. 여객기는 비상착륙에는 성공했으나 활주로를 벗어나 풀밭에서야 완전히 멈춰설 수 있었다. 착륙 과정에서 승객과 승무원 182명 모두 다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항공기는 유압 장치 고장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노르웨이 현지 언론은 여객기의 왼쪽 엔진에 연기가 나는 것이 관찰됐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항공사 측은 전날 승객들을 오슬로로 이송했고, 이날 다시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다.
앞서 지난 10월11일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는 이륙 직후 랜딩기어 문제로 이륙 후 2시간 반 만에 회항했다. 승객 150명 이상을 태우고 인도 티루치라팔리 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는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공항으로 향했으나 유압 장치 고장으로 랜딩기어를 접을 수 없었다. 이후 4000피트(약 1219m) 상공에서 머물면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다가 결국 회항을 결정했다.
지난 7월19일에도 영국 저비용항공사(LCC)인 투이(TUI) 항공사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의 랜딩기어가 접히지 않았다. 그리스 코르푸 공항으로 향하던 여객기는 결국 영국 맨체스터 공항으로 회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기종은 보잉의 높은 항공기 제작 기술과 경제성을 접목해 성공한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아시아와 유럽, 북미에서 인기가 있는 기종으로, 특히 LCC에서 단거리 해외 노선 등에 많이 쓰이고 있다. 한국에만 101대가 도입돼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4,400대가 운항 중이다. 이는 전체 여객기의 약 15% 비중을 차지한다.
한편 지난 29일 오전 9시3분께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공항으로 착륙하던 중 랜딩기어에 이상이 생기면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 화염에 휩싸이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후미 부분에 있었던 2명의 승무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179명은 전원 사망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고의 주된 원인인 랜딩기어 미작동의 원인으로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지목됐지만 충돌 이후 항공기 양쪽 엔진과 유압 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점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제주항공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무안공항 참사가 발생한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취소된 제주항공의 예약 건수만 약 6만8,000건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한 국제선 뿐 아니라 국내선 취소도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탑승자 179명이 사망한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제주항공이 그동안 수익성에 지나치게 매몰돼왔던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뒤따른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월평균 여객기 운항 시간은 418시간으로 국내 6개 항공사 가운데 가장 길었다. 월평균 운항 시간은 총 유상 비행시간을 운영 대수로 나눠 계산한다. 제주항공이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가동률을 과도하게 끌어올렸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