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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의 45일 자동차 유럽여행 ⑧

2024-12-27 (금) 07: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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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바이처 박사와 프랑스의 예쁜 마을 케제르베르(Kaysersberg)

곽노은의 45일 자동차 유럽여행 ⑧
프랑스는 파리, 리옹, 마르세유, 니스, 몽 생 미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흐가 마지막 70일을 보낸 오베르 쉬르 우아즈 마을이 있고, 모네가 43년을 살고 묻힌 지베르니가 있으며, 코끼리 절벽이 있는 에트르타와, 반 목조 건축물로 유명한 디낭과 반느, 잔다르크가 활약한 오를레앙 등 방문해야 할 여행지는 수없이 많다.

그 것 뿐만이 아니다. 시골에 가면 프랑스인들이 매년 선정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이 있다. 세계 최고의 관광대국 프랑스의 낭만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고풍스런 마을들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선정은 1982년부터 시작됐다. 현재까지 모두 176개 마을이 선정됐다.

아름다운 마을이 되려면 우선 주민 수가 2,000명 정도로 작아야 하고, 뛰어난 유산이나 역사적 기념물을 최소한 2개 이상 보유해야 한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해야만 아름다운 마을에 선정될 수 있다.



2017년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위로 뽑힌 곳은 케제르베르라는 마을이다. 이곳은 원시림의 성자로 불리는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의 고향이다. 케제르베르는 슈바이처가 태어날 당시 독일 영토였다. 독일어로는 ‘카이저스베르크’라 부른다. ‘황제의 산’이라는 뜻이다.


마을 입구에는 슈바이처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슈바이처 센터가 있다. 박물관에는 그가 아프리카 가봉에서 의료 봉사할 때 촬영된 사진, 아프리카에서 가져 온 카누와 나무 조각품, 그가 사용하던 의료 기구와 악기, 전세계에서 발행된 슈바이처 우표, 평화를 상징하는 각국의 포스터, 병원 사진, 그가 쓰던 물품 등이 전시돼 있다.


그 중에서 나의 시선은 잡아 끈 것은 12세, 21세, 80세 때 촬영된 슈바이처의 상반신 사진이다. 12살 때 사진은 바르고 총명한 소년이 보였고, 21세 때는 학문에 뜻을 품은 진지한 청년의 모습이 보였으며, 왼손 검지를 콧수염에 대고 눈을 감은 80세 때 사진에서는 고독한 성자의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사진은 전설의 사진 작가 유서프 카쉬가 촬영한 것이었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냇물이 흐르는 거주지역이다. 냇물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는 수 백년 이상 된 예쁜 집들이 줄지어 서있다. 모두 중세에 지은 고풍스런 독일식 목조 건축물이다. 바로 옆에는 돌길과 돌다리가 있고 예쁜꽃들이 집 창문에 활짝 피었다. 주민들이 얼마나 꽃을 사랑하는지 꽃장식이 없는 집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방문객들은 돌길을 걸으며 꽃에 취하고 낭만에 흠뻑 젖게 되는 것이다.


마을 전체를 보려면 13세기 언덕 위에 세운 케제르베르성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마을과 마을을 둘러 싼 광대한 포도밭까지 관망할 수 있다. 마을 끝에는 슈바이처가 태어난 초록색벽의 고향집이 있다. 현재는 커뮤니티 센터로 사용된다.

마을에는 1230년에 지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생트 크루아 교회도 있다. 예배당 중앙에는 16세기에 제작된 십자가상과 목조 제단화가 있다. 두 작품 모두 프랑스 문화 유산의 역사적인 기념물이다.


슈바이처는 1893년 개신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24세에 철학 박사, 25세에는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의학도 공부하여 의학 학위까지 받았다. 그의 의학 논문 제목은 ‘예수의 정신과 연구’였다. 그는 의술을 통해 사람을 살리고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르려 했던 것이다. 그의 아내 헬레나도 남편을 돕기 위해 간호학을 공부했다.


슈바이처가 처음 아프리카 가봉에 갔을 때 그 곳에는 병원 시설은 커녕 작은 건물조차 없었다고 한다. 그는 닭장을 개조하여 병원을 만들고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9개월 동안 치료한 환자의 수는 2,000명이었다. 1952년 슈바이처 박사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상금 전액을 병원 확장과 빈민층을 위해 사용했다. 생명에 대한 경의! 슈바이처 박사의 인생 철학이다.

<곽노은>

여행 칼럼니스트로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 거주하고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도서관, 중앙시니어센터, 상록대학 초청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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