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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법률 칼럼] 민사와 형사법의 차이

2024-12-20 (금) 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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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크게 민사(Civil)와 형사(Criminal)로 분류할 수 있다.
민사 소송은 개인이나 단체 사이에 발생한 분쟁을 놓고 피해를 주장하는 고소인(plaintiff)이 피고소인(defendant)을 상대로 제기하면서 시작된다. 고소인은 자신이 입은 피해에 비례하는 금전적 보상을 피고소인에게 요구한다.

따라서 민사소송의 배상은 양측의 합의이든, 배심의 평결이든, 아니면 판사의 판결이든, 결국 돈으로 해결된다.
형사 소송은 연방 의회나 주 의회가 범죄행위로 규정해 놓은 법을 누군가가 위반했을 때 적용되며 원고는 개인이 아닌 주민(The United States, 또는 People of State)이 된다.

미 국민, 또는 주민을 대표하는 검찰은 피고가 저지른 범죄행위에 비례하는 벌금 및 수감 처벌을 요구한다.
민사와 형사소송 재판 기준에 있어 가장 큰 차이점은 피고에 대한 입증책임(burden of proof)이다.


민사의 경우, 증거우위의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이 적용되지만 형사소송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beyond a reasonable doubt)이 적용된다. 따라서 죄의 입증책임 여부에 있어 형사소송의 벽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뉴욕시 지하철 안에서 승객들에게 행패를 부리던 노숙자를 저지하던 전직 해병대원이 저지 과정에서 노숙자가 사망하자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은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이 사건의 형사재판 담당한 배심원들은 피고인 대니얼 페니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페니는 비록 형사재판에서 무죄평결을 받았지만 노숙자의 가족들로부터 부당한 죽음(wrongful death)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 당했다.

이처럼 같은 케이스를 놓고 상황에 따라 형사 및 민사소송이 따로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페니는 민사소송의 피고소인이 돼 또다시 법정에 서야 된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본다면 민사소송 역시 기각되거나 페니의 승소로 이어져야 되는 것이 마땅하다.

페니는 무고한 승객들을 위협하던 자를 저지하는 용감함을 발휘했으며 비록 이 과정에서 가해자가 사망하는 불운이 따랐지만 어디까지나 가해자는 사망한 노숙자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입증책임 잣대는 다르다. 형사 법원의 배심은 페니의 과실치사 혐의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확신이 있을 경우에만 그에게 유죄 평결을 내릴 수 있었지만 민사 법원의 배심은 페니의 책임이 50% 이상이라고 생각되면 그에게 불리한 평결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민사소송의 결과에 따라 페니는 엄청난 액수의 배상금을 노숙자의 가족에게 물어야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은 합리적이다.


노숙자가 가해자였다는 점, 그리고 노숙자의 경제 상태를 고려했을 때, 페니가 노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는 평결이 나온다 해도 배상금 액수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심슨은 감방신세는 면했지만 엄청난 액수의 배상금을 물어야 되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참고로 심슨은 아직까지 배상금을 갚지 못하고 있으며 배상금은 이자를 합쳐 수천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형사와 민사법의 또 다른 차이점은 변호사 선임이다. 형사소송에서 만약 피고가 변호사 수임료를 낼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관선 변호사를 무료로 제공해 준다. 그러나 민사소송에는 관선 변호사가 없다.

민사와 형사에 있어 또 하나의 차이점은 케이스 종결 절차다.
민사소송은 고소인의 뜻에 따라 케이스가 아무 때나 종결될 수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은 피해자가 취하를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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