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지원 법률 칼럼] 구조 의무(Duty to Rescue)

2025-07-25 (금) 07:52:42 정지원/상해사고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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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라는 성인 남성이 한적한 시골의 호숫가를 지나가다가 호수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C 어린이의 모습을 목격한다.
C 어린이는 물 안에서 발버둥 치며 도와달라고 소리치지만 A는 구조를 시도하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안타깝게도 C는 결국 익사했다.

만약 C의 부모가 A의 매정한 행위에 분노해 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뉴욕과 뉴저지를 비롯한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조해야 된다는 의무(Duty to Rescue)를 적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A의 행위가 비인간적일지라도 A는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 심지어 A가 수영선수, 또는 직업이 의사라고 해도 A가 C를 구조해야 된다는 법적 책임은 없다.
예외 사항은 있다.


의무적으로 구조 책임이 주어지는 대표적인 경우는
■위험한 상황을 피고가 만들었거나 ■피고와 원고의 관계상 구조 의무가 성립될 때(예: 수영장 및 해변가 안전요원, 부모-자녀, 교사-학생 등) 등이다.

그렇다면 위의 사례에서 A가 C의 긴박한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구조를 시도하긴 했지만 실패했다면 A에게 법적 책임이 가해질 수 있을까?
또한 A가 C를 구해내긴 했지만 구조 과정에서 C의 눈을 찔러 C가 실명했다면 그 책임을 A가 물어야 할까?

이와 같은 상황에는 ‘Good Samaritan Law'가 적용된다. Good Samaritan Law란 구조 동안에 발생할 수 있는 과실책임으로부터 구조자(rescuer)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따라서 법적으로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빠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행동을 취한다면 상식에 벗어난 과실(gross negligence)을 범하지 않고서는 법적 책임이 전가되지 않는다.

만약 위의 상황에서 허우적거리는 C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A가 C의 눈을 손가락으로 찔러 C가 눈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가정했을 때, A의 행위는 상식에 벗어난 과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눈 부상에 대해 A에게 법적 책임이 주어지지 않는다.

<정지원/상해사고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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