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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은유의 힘’

2024-12-16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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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 은유가 중요한 이유는 평범한 일상 언어가 은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낯섦과 설렘, 당혹감과 놀람, 환희와 긴장, 풍부한 상상력으로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은유는 도약의 모태다. 책상 서랍 안에 오래 묵힌 원고지에서 찬란한 시가 탄생하듯이, 오래된 사유 덩어리가 신선한 은유를 만날 때 도약을 일으킨다.

은유는 그냥 저절로 태어나지 않는다. 관습의 지루함과 형식의 낭비를 탈피할 때, 낮선 곳으로 궤도 수정이 일어날 때 은유는 불연 듯 태어나 새로운 세계로 진입한다. 태어 난 은유가 농밀한 상징성을 얻어 확장될 때, 그 은유는 홀연히 ‘낯선 세계로의 도약’을 성취하여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박현수의 ‘시를 써야 시가 되느니라’ 중에서)

1990년대 한국의 침대시장은 10여개의 침대회사가 서로 불꽃 튀기는 경쟁 중이었다. 에이스 침대회사는 낮은 시장 점유율로 인해 회사 존립을 염려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때 에이스 침대 마케팅 부서에서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문안을 창안하여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절묘한 은유적 광고가 나간 1994년 이후로 에이스 침대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액은 급상승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침대는 가구가 아니고 과학이다.”라는 말을 구구단처럼 외우고 다녔다. 이 은유적 슬로건은 혁신적인 소비자 반응을 일으켜 제품 차별화 효과를 낳았다.

그해 강남의 한 초등학교 2학년 학기말 시험 문제지에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의 문제가 나왔다. 정답은 ‘전화‘ 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이 ‘침대’라고 답을 썼다. 기이한 현상을 목도한 교육부 당국은 장학사를 동원하여 학술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분명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고 과학입니다.”라는 매스컴 광고를 통해 초등학교 학생 다수가 인지적 변화를 일으켰음이 밝혀진 것이다.

삶에는 은유가 필요하다. 은유의 알레고리를 통하여 우리는 세상을 사는 방식을 바꾸며 내면을 혁신한다. 교회당 종소리처럼 우리의 심성은 은유를 통하여 환희와 기쁨을 얻는다.

시편은 은유의 보고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독학할 때 시편을 열심히 암송하며 성경적 은유를 터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부모가 남긴 삶의 여건이 열악하고, 계속적인 실패로 얻은 악성 우울증이 심신을 압박해도 링컨은 좌절하진 않았다. 링컨은 성경 안에 있는 풍성한 은유공부에 전념했다. 링컨이 대통령이 되었을 무렵에는 풍부한 지력과 영력을 구비했고 탁월한 은유 언어를 구사하는 리더십을 구축했다.

암울한 탄핵정국을 돌파하려면 신선한 은유언어의 활발한 교환이 필요하다. 한국의 정치지도자의 언어는 가뭄의 우물처럼 매 말랐다. 그들의 언어 안에 자양분이 없다. 살기(殺氣)에 가까운 전투적 언어만 즐비하다.

하버드 대학의 유명한 정신과 교수 조지 베일런트는 말했다. “유머는 놀라울 만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유머는 서로 파괴하지 않고 나쁜 감정을 매끄럽게 분출시킨다.” 당신은 리더인가. 성경을 읽으라. 다윗처럼 난국을 뛰어넘는 은유와 유머의 대가가 되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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