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중관세 원인 지목
▶ “안보 위협 요인으로 심각”
▶ 중, 멕시코에 원료 공급하며
▶ 미·중 관계 지렛대로 활용
연방 세관국경보호국 요원이 국경에서 적발·압수된 펜타닐 등 마약 원료들을 공개하고 있다. [로이터]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의 일종으로 헤로인보다 50배나 강력한 펜타닐로 인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는 이유로 제시한 펜타닐 문제는 미국에서 국가 안보 위협 요인으로 거론될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 미국에서는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지난 2022년에만 약 11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18∼49세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펜타닐 문제가 미중 관계의 복잡한 변수가 되고 있는 배경과 현황을 알아본다.
펜타닐은 약 10년 전부터 중국에서 국제우편 등으로 본격적으로 미국으로 유입됐다. 현재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직접 수출하기보다는 주로 펜타닐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 원료를 멕시코의 마약밀매 조직에 공급하고 있으며, 멕시코에서 중국산 원료로 만든 펜타닐과 원료가 국경을 넘어 미국에 유통된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펜타닐은 수년간 미중 관계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했으며, 전임 미국 행정부에서도 중국을 압박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인 지난 2017년 10월 오피오이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2018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펜타닐 규제 강화를 요구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을 받던 시 주석은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피할 심산으로 트럼프의 여러 요구를 수용하면서 그중 하나로 펜타닐을 규제 약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에 펜타닐을 판매하는 사람은 중국에서 법정 최고형에 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당시 백악관은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대중국 관세 10% 추가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 대표들은 미국에 마약을 보내다가 잡힌 모든 마약상에게 최고형인 사형에 처하겠다고 나한테 말했지만 안타깝게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다.
이후 중국은 미국과 협력에 나섰지만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협력을 중단하는 등 펜타닐 문제를 양국 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지난 2019년 5월부터 모든 형태의 펜타닐을 금지했고, 그 해 양국 법 집행기관은 펜타닐 밀매업자에 대한 공동 수사를 벌여 유죄 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에 중국 화학업체들은 멕시코 마약 밀매 조직에 펜타닐의 원료인 전구체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멕시코 마약조직은 이를 제조한 뒤 밀수를 통해 미국으로 대량 유입해왔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을 계속 압박했지만, 중국은 지난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연방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협력을 중단했다.
펜타닐을 공중 보건 및 국가 안보 우선순위로 여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자국 내 마약 관련 업체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후 미국 영공에서 발견된 중국의 ‘정찰 풍선’ 사태와 양국 군사 대화 채널 단절 등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협력이 더 요원해졌다.
협력이 재개된 계기는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이었다. 회담에서 중국은 중국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을 막기 위해 펜타닐 원료를 제조하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미국은 마약 문제 공조를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했고, 중국 공안부는 지난 8월 3가지 펜타닐 전구체에 대한 통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이에 앞선 지난 6월 펜타닐 전구체에 대한 단속 캠페인을 벌였고, 미국 정보기관 제보에 따라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위해 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세탁범을 체포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중국의 노력을 환영했으며 미중이 경쟁하면서도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펜타닐을 지목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