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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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질문

2024-11-14 (목)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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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에 살고 있는 딸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 나이 때의 라이프는 어때? 좋아?”
뜬금없고 갑작스러운 딸아이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는 것이 좋을까 궁리하느라 머리 속은 빛의 속도로 돌아간다.
‘혹시 요즘 사는 것이 버거운가?’

여느 부모들처럼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자식의 목소리 톤이나 떨림만으로도 아이의 기분 상태를 알 수 있다. 타지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엄마인 나를 찾을 때는 기분이 꿀꿀할 때였다. 무슨 대답을 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시간을 끄느라 입으로는 아무 말이나 마구 내뱉었다.

“내가 이십 때는 말이야. 여자 나이 서른이면 딱히 하는 일은 없고, 끼니 때 맞춰 식사 준비하고, 낮에는 그냥 이 집 저 집 마실이나 다니고, 아줌마들끼리 만나 수다 떨 거라고 생각을 했지. 하지만 막상 사십 대가 되어보니, 오빠랑 너 키우느라고 딴 생각할 겨를 없이 엄청 바빴고. 오십 대는 너희들이 대학을 다녔으니까, 그 학비 대느라고 또 죽어라 일했지. 너까지 대학을 마치고 나니 큰 숙제를 끝낸 사람처럼 안도감이 생기더라. 그리고 이제 육십 대가 되니 딱히 돈 들어갈 곳이 없어서 그런가,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 즐겁고. 여행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너희들한테 손 벌리지 않고 갈 수 있고. 오히려 부담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서 더 좋은 거 같네. 그래서 일흔이 돼도, 또 여든이 되어도 내가 할 일이 있을 거 같아 미래가 궁금하고 기대가 돼. 오빠나 너는 우리 이민 1세대보다 영어도 잘 하니 너희들의 미래는 엄마보다 더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많을 거야.”


예순이 되려면 약 삼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 딸아이에게 육십 대의 생활도 나쁘지 않다고 답을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젊을 때보다 늙어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이 나은 거 같긴 해. 경제적으로 힘들어 자식들에게 손 벌리고, 자식 눈치 봐야 한다면 그 인생은 참으로 고단하고 슬픈 일이잖아? 육십대는 20~30대만큼 꿈과 패기만으로 살 수 있는 나이는 아니니까. 그러니 나이 육십 넘어 시간적·경제적으로 편안해지려면, 삼십대를 허투루 보내면 안 되고. 이만큼 살아보니 인생이 느린 거 같지만 짧네. 가만히 네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의 방향을 느낄 거야. 그러니 너 마음이 하자는대로 하고 살아.”

어쩌면 이 말은 아이에게 하는 말이 아니고, 매일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는 나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문의 (703)625-9909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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