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생각] 자갈도둑
2024-11-14 (목)
김길홍/원로목사
아내가 잔소리를 한다. “제발 좀 걸어요!” 벌떡 일어난다. 기세로 보아 오래 걸을 것 같다. 그런데 고작 한 블럭이다. 그것도 아내에게 큰 인심이지 싶다. 한 블럭을 돌다보면 600여 년에서 800 여 년 된 듯한 큰 나무도 있고 각 집의 화초들이 나름대로 가을의 향기와 냄새를 물씬 풍긴다.
예쁜 자갈 밭도 지난다. 언제부터인지 자갈을 한 두개씩 주어온다. 매일 가져오니 그것도 여러 개가 모였다. 자갈은 자연산 보석이다. 계란 모형, 골프공 모형 등 미끈한 것이 귀엽다.
오래전 교회의 장로가 수집한 남미산 산 돌을 하나 빼앗듯이 얻은 것과 그들이 어울려 앙상블을 이룬다.
중학교 때 서울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고궁에 들리니 부처 상 앞에 돈들을 놓고 갔다. 그때만해도 부처 상을 미신으로 여겨 그 앞의 돈을 친구 하나와 거두어 엿을 사 먹었다. 아마도 선생에게 들켰으면 정학 감이다.
이 나이 먹었어도 깔끔하지 못한 것이 나의 흠이다.
사무라이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옆집 사는 자가 자주 와서 당신 아들이 담 넘어 우리 집 과일을 늘 따먹는다는 것이다. 이쪽에 사는 사무라이는 “그럴리 없다”하며 상대방이 우겨 대니 그러면 내가 아들의 배를 갈라 보이겠다고 했단다. 이런 단호함이 나에겐 없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본지에 자주 글을 쓰는 나에게 이상한 루머가 있다 좌파란다. “그건 아니다” 민주화로 최전방에서 싸우던 신학교를 나왔다. 정말 진짜 우파 중의 우파다. 좌파라 하면 나를 모독하는 것이고 정말 서운하다. 글이 딴길로 갔다. 자갈 도둑도 도둑이 아닌가 ?
<
김길홍/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