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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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의 다른 점(1)

2024-11-14 (목)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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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족하지 못하게 살던 시절에 자라 종이를 아끼며 쓰던 버릇이 있어서인지 절대로 한 번에 냅킨 한 장을 그대로 못 쓴다. 아내가 반으로 나누어 탁자에 놓은 냅킨을 내가 쓸 때 다시 반으로 나뉜다. 만들어진 냅킨이 마지막에는 1/4로 쓰인다. 그래도 한국에 있는 식당에서 주는 냅킨보다 크다. 헤프게 쓰는 미국사람들을 보면 너무 아깝다.

에어컨, 히팅은 센트럴이라서 온도를 맞춰 놓으면 자동으로 조절이 되니 꺼서 살지는 않지만 적정온도가 아니라서 덥고 춥게 산다. 더위나 추위를 견디며 살아가던 게 몸에 배인 나의 습관이다.

운동할 때 한국 사람은 멀리서 봐도 안다. 걸을 때 팔을 조용히 흔들며 걷는 사람이 드물다. 손바닥을 치면서 걷든지 좌우로 세게 흔들며 상체운동까지 함께 하며 걷는다. 같은 시간에 한 가지 운동을 안 한다. 숨까지 자연스럽게 안 쉬고 일부러 깊은 숨을 쉬며 걷는다. 시간을 최대로 활용하며 운동을 한다. 일타 삼피다. 우리가 이만큼 성공하며 사는 이유가 된다.


건물에 들어갈 때 미국 사람들은 먼저 들어간 사람이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서 꼭 문을 잡아준다. ‘Thank you'라고 대부분하며 너무나 부드러운 표정으로 인사를 받는데 아무 소리 없이 들어오면 불쾌하다는 표시를 한다. 당연한 거겠지만 그들의 특이 제스처인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우리는 잡아 주지도 않지만 대답의 표현도 없고 모든 게 발전하는데 이 문화는 예전 그대로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틀릴지 모르지만 여전히 옷 입고 다니는 걸 보면 구제품 같은 청바지에 다 낡은 양복에 직장에 다니는 건지 놀러가는 건지 그렇게 다닌다. 직장에 다니는 딸을 봐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게 하고 다닌다. 학교에 다닐 때도 그랬다. 평범한 옷에 편한 옷차림이다. 골프장에서의 옷차림도 그렇다. 우리는 원래가 고급운동이라고 시작이 됐고 그들은 일반 운동이니 편한 운동복이다. 여름에는 얼굴 가리개와 우산은 필수다. 그들이 우리보다 피부가 강하고 자연을 그대로 즐긴다. 우리는 현란하게 꾸미고 골프를 친다.

동네 쓰레기 나가는 날에 보면 집은 좋은데 싸구려 맥주 박스가 나간다. 젊어서 먹던 자기 기호맥주다. 변하지 않고 같은 걸 마신다. 일반 비싼 술도 미국 생활 오래하며 한번 먹어보지 못한 술을 한국에 사는 친구 집에서 모일 때 한국에서 마셔 봤다. 우리에게는 맨해튼이나 비벌리힐스 동네 술가게에서나 팔리는 술을 한국에서는 쉽게 구해서 누구나 마신다. 음식이나 모든 문화에 차등이 적게 누구나 쉽게 즐기며 산다. 운동을 그들은 계절에 맞게 하지만 우리는 낚시와 등산과 골프다.

골프는 우리가 안하면 문을 닫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최고의 운동이 됐다. 삼면이 바다이고 나라의 거의가 산으로 되어 있으니 낚시와 등산은 거의 모두가 한다. 이들은 계절에 맞게 하는 운동과 취미생활이 다양하다. 과거에는 아무나 즐기지 않던 탁구와 당구가 유행이다. 작은 나라서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게 유행을 탄다. 나이에 맞게 변화되는 것도 있지만 지금은 당구가 대세다.

남에게 가족을 소개할 때 걸프렌드와 아내의 구분이 정확하다. 같이 있는 자식이 친자식인지 새로 결혼해서 생긴 양자식인지 정확하게 대답한다. 우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해서도 안한다. 남에게는 할 필요가 없어서 안하고 아는 사람에게는 일부러 알려서 나를 손상시키며 입방아에 올리고 싶지 않으니 안 한다.

이들과 우리는 자라기도 틀리고 생김도 틀리니 다르겠지만 우리에게는 타고난 성품이 있다. 지나가며 마주치는 사람에게 웃음이 없지만 알게 되면 무지막지한 정을 주며 살아간다. 시작이 어렵지만 사귀고 나면 나의 온 마음을 다 준다. 한국에 다녀온 외국인은 거의 대부분이 한국 사람을 좋아한다. 정이 많은 우리에 반한다. 식후에 밥값을 누가 내느냐, 얼마나 자주 내느냐에 사람의 인품과 덕이 평가된다. 누가 보스 기질이 있는지도 평가된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우리도 많이 바뀌어 가지만 여전히 넉넉한 인심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에게 좋은 점도 있고 배워야 할 것도 많지만 세월이 오래 지나고 바뀔 것 같은 버릇은 절대로 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산다. 습관이 이렇게 무섭다. 어려서 삶과 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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