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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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앉아서 꿈꾸는 희망

2024-11-05 (화) 김부경/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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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을꽃 단풍처럼 고운 미소로 시작하는 싱그러운 아침이다.
‘Pavilion Rehabitation’에서 앵콜초청이 왔다. 엘피스 기타 동호회 회원인 나 또한 위문공연을 함께하는 날이다.

뉴욕 플러싱 유니언 스트릿과 노던블러바드 사이에 있는 요양원 겸 너싱홈이다.
엘피스 기타 단원들이 모여 리허설 연습을 한뒤 토요일 오후 2시에 있을 공연장으로 향하였다. 휠체어를 타신 시니어분들께서 간호원의 도움을 받으며 한분 두분 공연장으로 들어오신다. 모두 약 35분 정도였다.

그중에 한국 어르신도 서너분 계신다. 모두 객석을 메웠다. 우리는 ‘좋으신 하나님(God is so good)’을 시작으로 ‘클레멘타인’ ‘오빠생각’ ‘You are my sunshine’ ‘사랑해’ 등을 연주하였다. 객석에서 휠체어에 의지한 몸도 잊으신듯 박수와 합창이 영어와 한국어로 모두 함께 터져나왔다. 앵콜과 브라보를 외치셨다.


K-팝도 좋은데 K-시니어는 최고라고 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함께하는 시간들이 높은 가을 하늘에 푸르른 꿈 구름되어 행복을 수 놓았다.
석필환 단장님께서 앵콜송을 물어보았다. 그중에 한국 어머님께서 ‘가고파’를 신청하셨다. 1946년생이신 어머님은 플러싱 109경찰서에서 오래 봉사활동을 하셨다고 했다.

1934년생이신 어머님께서는 8살에 미국에 와서 82년을 사신 권사님이신대 영어와 한국말로 유창하게 합창을 하셨다.
나는 58년 개띠라 개띠 3총사가 함께 동무되어 노래를 불렀다.

내고향 남쪽바다/꿈엔들 잊으리오/어릴때 같이놀던/그 동무들 그리워라/어디간들 잊으리오/그 물새들 그 동무들/고향에 다 있는데/돌아갈까 돌아가/내마음 색동옷 입혀/웃고웃고 지내고져/그날 그눈물 없던 때로/돌아가자 돌아가.

어머님의 두 뺨은 진달래꽃 향기에 젖어 발그레하다. 마이크를 잡으신 두손은 작은 떨림으로 꼭 잡고 계신다. 아기처럼 초롱한 두 눈가에는 네잎의 별꽃 개나리 꽃처럼 반짝이며 영롱한 눈물을 흘리신다.

입가에는 엷고 조용한 미소를 띄우신다. 어르신들의 예쁜 마음향기가 행복꽃 속에서 곱게 피워진다.
그리움의 집합들이 사랑이 되며 앉아서도 꿈을 꾸는 희망의 새가 된다.

가을빛 고운 푸른 하늘엔 하얀 메밀꽃 향기 되어 바람 구름 타고 저높이 날아간다.
작별의 정이 희망이 되어 흐른다.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시간이었다. 우리들 모두의 마음에 생명의 꽃 나눔의 사랑이 무지개 되어 감싸안는다. 새로운 희망이 되길 소망한다.

<김부경/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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