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지원 법률 칼럼] 저속 사고(Low Impact Accident)

2024-11-01 (금) 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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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인해 부상당하는 피해자의 부상수위가 사람마다 다르듯이 자동차 파손 여부도 다양하다.

어떤 차는 ‘어떻게 탑승자가 살아있을까’라는 생각이 날 정도로 완전히 박살이 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차는 눈에 보일 듯 말듯 살짝 긁힌 자국만 남는 경우도 있다.
차량간의 접촉 사고로 발생하는 교통사고 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실 여부와 피해자의 부상 상태이지만 자동차 파손 여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사고 피해자들에게 변호사들이 항상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자동차 파손 정도에 대해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교통사고가 포함된 민사소송 재판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평결을 내린다. 비록 대부분의 교통사고 케이스들이 재판까지 가기 전에 합의가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고소인의 변호사 입장에서 볼 때 모든 케이스는 재판까지 간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케이스에 임해야 된다.

내가 어느 교통사고의 배심원이라고 가정해보자.
법원에 단서로 제출된 차량의 사진을 봤을 때 자동차가 많이 파손됐다면 “어휴, 저렇게 차가 찌그러졌으면 몸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자동차 뒤 범퍼에 미세한 자국(scratch)만 있다면 “파손 정도가 눈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데 과연 이 사람이 다칠만한 충격을 받았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가해자의 보험회사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차량 파손 정도가 크지 않으면 합리적인 보상 액수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요즘 보험회사들이 부쩍 민감하게 평가하는 점은 사고 당시 차량의 속도 여부다.
만약 저속도에서 발생한 ‘low impact' 사고라면 보험회사에서 제시하는 합의금은 고속 사고보다 낮다.

물론 자동차 파손 정도가 경미하다고 해서 케이스를 진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접시 물에도 빠져 죽는다’는 말도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크게 다칠 수 있고, 또 충격이 컸어도 자동차는 크게 손상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가해자측 보험회사에서 저속도 사고를 이유로 합리적인 배상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가해자측 보험회사나 변호사도 자동차 파손 정도가 배심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차량 파손 정도가 미세하다면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해야 된다.

<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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