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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낙엽지는 시월의 사색

2024-10-25 (금) 노재화/전성결대학장·사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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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가을의 중반부에 위치하며, 여름의 끝자락과 겨울의 시작을 이어주는 시기로서, 수확의 계절로 농부들은 한 해 동안 피땀으로 가꾼 작물을 거두고,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끼는 달이다.

인간에게는 물리적 수확으로 1년 동안의 개인의 성취와 발전에 열매를 맺은 결실의 계절이며, 사회적으로는 문화 예술 축제의 달이기도 하다.

오색영롱한 단풍 옷으로 갈아입었던 초목들은 차가워진 바람에 견디기가 어려워 한잎 두잎 지상으로 떨어져 흩날리기 시작하며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자연의 순환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로 짧아지는 낮과 길어지는 밤은 덩달아 우리에게 사색을 부추긴다.


사색이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낙엽이 지는 풍경은 우리에게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주며 한 해 동안의 성취와 좌절, 기쁨과 슬픔을 돌아보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낸 것들, 혹은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까지도 떠올리게 하며, 우리는 삶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는 철학적 사색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나무에서 떨어지는 잎새들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나무는 봄과 여름 동안 푸른 잎을 내며 생명력을 발산하지만, 가을이 되면 잎은 서서히 노랗게 또는 붉게 물들며 떨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누가 모르랴만은 시간의 흐름과 변화, 그리고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은 마음속에 평온함과 깊은 성찰을 일으키고, 낙엽을 보면서 삶의 유한함과 무상함도 느끼게 된다. 또한 우리는 이 계절을 통해서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고 그 속에서 배운 것들을 곱씹기도 한다.

즉, 기쁨, 슬픔, 후회, 성취 등 모든 감정과 경험을 다시 떠올리며 그것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케한다. 그래서 가을은 그 어느 계절보다도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며 그 깨달음은 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더욱이 낙엽이 지는 모습은 단순히 사라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낙옆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우리는 무언가 끝났음을 느끼지만 낙엽은 죽음과 재생을 상징하기도 한다.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며 그것은 재생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필수적인 단계이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고 땅에 닿은 낙엽은 썩어 흙으로 돌아가고, 다시 봄이 오면 그 흙은 새로운 생명을 틔우고 새싹을 키우기 위해 혹독한 겨울의 시련속에서 긴 동면의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 속에서 순환하는 가을은 특히 인간과 서로 상호작용하는 계절이며 인간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러한 순환을 보며, 인간의 삶도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한 번쯤 멈추고 뒤를 돌아볼 필요성을 일깨운다. 때로는 낙엽이 떨어지듯이 우리 인간도 삶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잃고 또한 얻기도 한다.

나무가 잎을 잃고 홀로 서 있는 모습에서 때로는 우리 자신이 외롭고 고독한 존재임도 깨닫게 되고 이 외로움은 성장과 성찰의 중요한 과정이 되기도한다. 우리가 경험했던 것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깨달음과 성장을 이루게 되는 발판이 되기도 하며, 우리의 내면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모퉁이돌이 되기도 한다.

비록 순환하는 과정에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속에서 사라진다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성장하며, 때로는 고통스럽더라도 그 과정을 겪어내야만 한다. 그래서 낙엽이 지는 가을은 우리에게 이러한 삶의 순환을 상기시키며, 변화와 성장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준다.

사색의 계절, 특히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 시작과 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 가을의 끝자락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고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어 보지 않겠는가 말이다.

지는 낙엽의 풍경속에서 우리는 자연의 끊임없는 흐름을 보며 자연에 겸손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지 않겠는가! 시월 어느 멋진 날, 지는 낙엽을 밟으면서 사색에 잠겨본다.

<노재화/전성결대학장·사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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