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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콜로라도주 덴버

2024-10-15 (화) 윤관호/국제 PEN 한국본부 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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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나와 아내는 덴버 시내로 갔다. 우리는 유명한 라리머 스퀘어(Larimer Square)를 걸어서 둘러본다. 화랑을 비롯한 다채로운 상점들이 있다. 손님들로 붐비는 아이스크림 가게 밖에 비치된 옥외 테이블 앞 긴 의자에 앉았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동차 출입을 막은 도로에 오가는 많은 관광객들을 보았다. 콜로라도 주 의사당에 갔다. 아름다운 의사당 건물 밖에서 경찰관한테 부탁하여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 경찰관은 해발 1마일 표시가 있는 계단도 알려주며 친절을 베풀었다.

다음날 국립공원 입구에 이르니 록키 마운틴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 표지판 위에 새 한마리가 앉아 큰 소리로 지저댄다. 자세히 보니 가슴에 하얀 털이 있는 까치다. 뉴욕에서 수십년 살고있는 내가 미국에서 처음 보는 까치다.


미국동부에서는 전혀 볼 수 없어 난 미국에는 까치가 없는 줄만 알았다. 여기서 까치를 만나다니. 얼른 사진을 찍으려는데 차가 진행중이라 표지판을 지나쳐 국립공원 글자가 보이지 않는 뒷면에 앉아있는 까치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차창 밖으로 나무들이 차의 진행과 반대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간다. 한참을 차로 오른 후 밖에 나왔다. 울창한 숲과 산봉우리들이 보인다. 차를 타고 더 올라가 밖에 나와 걸어서 조망대에 이른다. 높은 산들이 펼쳐진다.

바람결에 산들의 합창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더 올라가니 툰드라 지역이라 큰 나무는 안보이고 관목들만 보인다. 골짜기에 녹지 않은 눈얼음도 있다. 힘겹게 올라오는 고요데 한 마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차를 타고 더 가니 이 높은 곳에 기념품점과 간이식당이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기념품점에서 몇가지 물품을 샀다. 제일 높은 언덕을 향해 가려는데 거센 바람이 불어 그만 두었다. 차를 타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가니 냇가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차를 돌려 국립공원 밖으로 나왔다. 에스테스 파크(Estes Park)시에 있는 박물관에서 이곳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았다. 다시 국립공원 안으로 가서 곰 호수(Bear Lake)를 산책했다. 흰구름을 드리운 호수와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한 산이 어울어진 한 폭의 그림같은 경치이다. 내 가슴 속 깊이 맑은 공기를 호흡했다.

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앞차가 서서 창밖을 보니 무스(Moose) 세 마리가 왼쪽 비탈을 내려오며 풀을 뜯고 있다. 사람들이 차에서 나와 사진을 찍는다. 다시 차를 타고 가는데 우리차 앞에서 야생칠면조가 도로를 횡단한다. 차를 멈추고 도로를 건너는 칠면조들을 세어보니 모두 10마리이다. 야생칠면조 가족이 이 땅에서 안전하게 잘 살기를 빈다.

높은 곳이 고도 4300여 미터인 록키산맥 국립공원은 드높은 산들, 푸른 호수들, 수많은 하이킹 코스, 풍부한 야생 동물이 있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 중 하나이다.
셋째날 덴버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레드 록스 공원 야외 원형극장(Red Rocks Park & Amphitheatre)에 왔다.

붉은 흙과 암석이 있는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음악인들이 동경하는 음악 공연장과 전시장을 보았다. 비틀즈(The Beatles), U2 등 유명 음악인들이 공연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부근에 있는 붉은 흙과 암석이 있는 탐방로(Red rocks trail)를 한 바퀴 걸었다. 푸른 하늘 아래 들꽃들이 미소짓는 길을 붉은 바위 산을 끼고 세 시간 걷는 동안 바람이 끊이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

<윤관호/국제 PEN 한국본부 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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