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구장 지붕도 날아갔다… 허리케인에 발칵 뒤집힌 남동부

2024-10-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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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1.5피트 폭우 쏟아져
▶300만 가구 정전·단수도

▶ 주택·건물 수백채 파손
▶사망 등 인명피해도 속출

야구장 지붕도 날아갔다… 허리케인에 발칵 뒤집힌 남동부

허리케인 ‘밀턴’이 강타해 지붕이 날아간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 [로이터]

초강력 허리케인 ‘밀턴’이 남동부에 상륙, 플로리다주를 강타하면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십수명의 사상자와 함께 미국프로야구(MLB) 구장 지붕이 날아가고 300만가구가 정전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현지 당국은 밀턴 상륙에 앞서 수백만 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했지만, 기록적 폭우와 강풍이 곳곳을 강타했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허리케인 밀턴은 9일 오후 8시30분(동부시간) 플로리다 서부 새로소타 카운티의 시에스타 키 해안에 상륙했다. 상륙 당시 허리케인 5등급 가운데 3등급이었던 밀턴은 90여분 만에 2등급으로 세력이 약해졌고 10일 새벽에는 1등급으로 약화했다.

그러나 최고 시속 120마일에 달하는 강풍이 도시 곳곳을 할퀴고 지나가 피해를 남겼다. 세인트피터즈버그에는 폭우와 함께 강풍이 불면서 MLB 탬파베이 레이스의 홈구장인 트로피카나 필드의 지붕이 뜯겨나갔다. 경기장 내부의 피해 상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크레인도 여러 대 쓰러진 것으로 전해진다.


CNN에 따르면 9일 저녁 3시간 동안 세인트피터즈버그에 내린 비는 9인치가 넘었다. 이 지역의 3개월 평균 강우량이 3시간 만에 모두 쏟아진 것으로 CNN은 1,000년에 1번 내릴 만한 양이었다고 비교했다. 일부 지역의 강수량은 1.5피트를 넘었다.

플로리다 전역에는 전기 공급도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또 수도관이 파손돼 식수 공급이 중단됐다. 정전 현황 집계 사이트 파워아우티지(poweroutage.us)에 따르면 10일 300만 가구와 기업체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플로리다 동부 해안의 세인트루시 카운티에서는 토네이도가 은퇴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이동식 주택 단지를 강타하면서 100여채가 파손됐고, 사망자도 나왔다. 플로리다주를 관통한 이번 허리케인 ‘밀턴’의 영향으로 최소 10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 등이 10일 전했다.

당국은 앞서 밀턴 상륙에 대비해 플로리다주 15개 카운티에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 이 지역에는 약 72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피해 발생에 대비해 플로리다와 다른 지역의 주 방위군 9천여명과 가스·전기 등 주요 기반 시설 근로자 5만여명, 휘발유 공급을 위한 유조차와 호위 순찰차 등을 대기시키거나 배치했다고 밝혔다.

올랜도 공항에서는 1,900여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고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 씨월드 등 유명 테마파크도 문을 닫았다. 연방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케네디우주센터도 폐쇄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17일 4등급 허리케인 헐린이 플로리다를 관통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멀린이 강타한 것은 뜨거워진 바다가 폭풍이 형성될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열파’(Heat wave·더운 기단이 밀려 들어와 고온이 되는 현상) 현상이 허리케인을 키웠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이상 고온 현상이 바닷물을 대기 중으로 더 많이 증발하도록 해 폭풍이 더 빠르고 강하게 성장하도록 했다. 헐린은 플로리다를 비롯해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미 남동부에서 최소 230명의 사망자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산 피해를 냈다.

한편 밀턴은 상륙하기 전까지만 해도 플로리다를 강타한 역대 허리케인 중 ‘최대 규모’일 것이라는 예상까지 제기됐지만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10일 “시간이 지나면 피해 규모에 대해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폭풍우로 인해 큰 파괴와 피해가 있었다”면서도 “폭풍우가 심각했지만 감사하게도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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