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시장으로 첫 기소 ‘오명’, 튀르키예서 10만달러 금품수수 대가로 건물 인허가서 특혜의혹
▶ 불법 선거자금 수수 혐의도 한국 등 5개국 연관성도 수사
26일 형사기소후 침울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 [로이터]
대미안 윌리엄스 연방 뉴욕남부지검장이 뉴욕시장 기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
26일 오전 연방검찰이 형사기소된 에릭 아담스 시장의 관저로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경찰들이 관저 앞 검찰 차량 주변을 살피고 있다. [로이터]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이 현직 시장으로는 처음으로 형사 기소됐다.
연방검찰은 26일 아담스(64) 시장은 뉴욕시장에 당선되기 수년 전부터 튀르키예(터키)로부터 호화 여행 접대를 받고 불법 선거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방검찰은 또한 튀르키예 외 한국 등 5개국과 아담스 시장의 관계를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는데다 이날 뉴욕시장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추가 기소 가능성을 열어놨다.
연방법원 뉴욕남부지법이 이날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아담스 시장에 적용된 혐의는 전자금융 사기, 전자금융 사기공모(Wire Fraud, Conspiracy to Commit Wire Fraud), 외국인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 모금(Solicitation of a Contribution by a Foreign National), 뇌물수수(Bribery) 등 5개에 달한다.
연방검찰은 아담스 시장이 브루클린 보로장 시절이던 지난 2014년부터 외국인 사업가와 튀르키예 정부 당국자로부터 부적절한 금품 혜택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금품 수수액은 1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튀르키예 항공으로부터 수차례 무료 항공권을 제공받거나 비즈니스석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받았고,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에 머물 때 고급호텔 숙식을 여러 차례 제공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2021년 뉴욕시장 선거에서 튀르키예 정부와 관련된 단체로부터 선거자금을 모금했다고 판단했다.
미국에서는 외국 정부와 외국 국적자, 외국 단체가 선거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아담스 시장은 이와 관련된 메시지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수혜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2021년 뉴욕시장 선거 운동을 위해 튀르키예 측이 선거 기부금을 미국 시민을 통해 전달했는데 이를 통해 아담스 시장이 추가 1,0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아담스 시장이 이 같은 수혜의 대가로 2021년 소방당국자에 압력을 행사해 튀르키예 정부가 뉴욕시에 건립 중이던 ‘튀르키예 하우스’의 임시 사용허가를 무리하게 내주도록 했다고 판단, 그에게 뇌물죄를 적용했다. 당시 아담스 시장은 민주당 시장 후보로 지명돼 차기 시장 당선이 유력한 상태였다.
검찰은 “아담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국인 뇌물 공여자들은 그와의 부패한 관계 속에서 이득을 챙기려고 했다”며 “특히 2021년 아담스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검찰은 추가 기소를 예고했다. 검찰은 이날 새벽 맨하탄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뉴욕시장 관저인 ‘그래이시 맨션’을 압수수색해 아담스 시장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에도 아담스 시장과 측근 등을 상대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압수한 바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연방검찰이 아담스 시장과 튀르키예와의 관계 외에 한국과 이스라엘, 중국,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바 있다.
이들 국가와 관련한 정보 요구는 지난 7월 아담스 시장과 선거캠프 등에 발부된 대배심 소환장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한달 새 아담스 시장 측근 인사들로 수사를 확대한 상태이다. 이 여파로 에드워드 카반 뉴욕시경(NYPD) 국장 등 뉴욕시 고위직들의 사퇴가 잇따랐다.
연방검찰은 이날 “아담스 시장은 명확한 ‘레드라인’을 여러 차례 넘었다”며 “이번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담스 시장은 이날 시장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백을 주장하며 시장직에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담스 시장은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선거운동 규칙과 법규를 준수했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며 “시민들은 판단을 내리기 전에 우리의 항변을 들어달라”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전날 공개한 영상에서도 검찰의 기소가 총체적으로 잘못되고 거짓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담스 시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당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연방하원의원(뉴욕)은 “아담스 시장이 어떻게 직무를 계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그의 사퇴를 촉구했고, 내년 시장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브래드 랜더 현 뉴욕시감사원장과 젤너 마이리 뉴욕주상원의원, 스캇 스트링거 전 뉴욕시감사원장이 아담스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존 리우 뉴욕주상원의원 역시 사퇴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아담스 시장이 자진 사퇴할 경우, 주마니 윌리엄스 뉴욕시 공익옹호관이 시장 직무대행을 맡아 9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뉴욕시장 재임 중 사퇴한 시장은 1932년 지미 워커, 1950년 윌리엄 오드와이어 등 2명 뿐이다.
뉴욕경찰 출신 정치인인 아담스 시장은 범죄 억제공약을 내걸고 뉴욕시 110대 시장으로 선출돼 2022년 1월부터 업무를 시작했으며 임기는 오는 2026년 1월까지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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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