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 넘은 ‘팁 강요’… 한인 시니어들에 폭언까지

2024-09-27 (금)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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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한인타운 한식당서

▶ 10% 팁에 직원 쫓아나와
▶“다신 오지 말라” 강압

물가 상승과 함께 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팁을 많이 내라’는 강요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LA 한인타운의 유명 한식당에서 텍스를 포함해 168달러 식대에 10% 팁을 내고 나온 한인 시니어들에게 매니저가 식당 밖까지 쫓아 나와 팁의 액수를 따지며 폭언을 퍼붓는 일이 발생했다.

LA 한인타운 인근 라치몬트 빌리지에 거주하는 60대 박모씨는 얼마 전 지인들과 한인타운 내 한 식당을 찾았다가 잊기 힘든 불쾌한 일을 경험했다. 제보자 박씨에 따르면 지난 10일 박씨 일행 4명은 6가 선상의 이 식당을 찾았다. 인원에 맞게 음식과 주류를 주문하고 식사를 마친 일행은 서버에게 계산서를 요구했다. 70대 중반으로 자리에서 가장 연장자였던 한 선배가 계산을 자처해 텍스를 포함한 식대 168달러와 팁 16달러를 합해 185달러를 지불했다.

계산을 마친 박씨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왔고, 얼마 후 30대 후반 매니저로 보이는 남성 직원이 쫓아 나오며 박씨 일행을 불러 세웠다. 남성의 손에는 팁으로 놓고 나온 16달러가 들려있었다. 남성은 박씨 일행에게 다짜고짜 팁으로 16달러를 준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계산을 한 선배가 “맞다”고 대답하자 이 직원은 ‘왜 팁을 10%도 주지 않은 것이냐, 요즘 세상에 누가 팁을 이렇게 놓고 가느냐’고 따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일행 중 CPA인 지인이 “택스에 팁을 줄 필요는 없다. 엄연히 10% 넘는 금액이다. 그리고 15% 이상 팁을 내야 한다는 법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남성은 “당신 같은 손님들은 우리 식당에 올 필요 없다. 다시는 오지 말라”고 퍼붓고는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씨는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식당도 아니었고, 특별히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은 기억도 없다”며 “우리도 나이가 있어 매너 없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 신경썼다”고 말했다.

이어 “팁이 적을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선배가 계산하는 자리에 돈을 보태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두었다. 팁이 적어 실망할 수는 있겠지만, 무전취식을 한 것도 아닌데 식당 밖까지 쫓아 나와 강압적으로 따지고 폭언을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미국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팁 때문에 이런 일을 겪은 건 처음이다. 정말 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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