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근 50년 전인 1975년 9월, 제럴드 포드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미수 사건이 캘리포니아에서 두 차례 있었다. 모두 여성이 범인이었던 이 사건은 불과 2주여 간격으로 벌어졌다.
첫 암살시도는 새크라멘토에서 있었다. 범인은 가출 소녀 출신의 26세 여성. 임신한 헐리웃 여배우 샤론 테이트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살인과 사교 집단을 이끈 찰스 맨슨 신봉자였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뭔가 말하며 다가와 악수하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권총이 보였다. 아주 컸다.” 포드 전 대통령의 회고다. 대통령에게 불과 2피트 거리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한 이 여성이 소지한 권총은 45구경 반자동. 총기 조작이 서툴러 장전 소리가 나는 바람에 총격 직전에 경호원에 의해 제압됐다. 포드 대통령에 대한 개인 감정은 없었다. 캘리포니아의 레드 우드 숲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범인은 암살 시도 이유를 밝혔다. 그녀는 34년간 복역한 뒤 출감했다.
같은 9월에 이번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암살 시도가 벌어졌다. 범인은 네 자녀를 둔 이혼녀로 정신 병력이 있었다. 40 피트 거리에서 38구경 리볼버를 당겼으나 다행히 총탄은 몇 피트 차로 대통령을 비켜 갔다. 두 번째 발사 직전 옆에 섰던 베트남전 참전 상이용사가 여성을 후려치는 바람에 암살 위기를 넘겼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린 암살 시도가 두 달 새 잇달아 두 건이 터지면서 포드 대통령의 암살 사건이 다시 조망됐다. 야구의 연타석(back-to-back) 홈런처럼 전현직 대통령을 겨눈 암살 시도가 잇달아 벌어졌기 때문이다.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미국서는 성별이나 나이는 암살범이 되는데 장애가 되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로도 꼽힌다.
미국의 대통령 암살 시도는 드물지 않다. 45명의 대통령 중 40%가 암살 위기에 놓였던 적이 있다. 잘 아는 링컨, 케네디뿐 아니라 제임스 가필드, 윌리엄 맥킨리 등 모두 4명의 대통령이 재임 중에 총격으로 암살됐다. 전직 대통령도 트럼프뿐 아니라 테오도르 루즈벨트도 퇴임 후 암살 위기를 겪었다. 40여년 전 레이건 대통령이 총격을 당했으나 가까스로 생명을 구한 것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미국 현대사의 한 순간이다.
현직인 바이든을 비롯해 오바마, 클린턴, 부시 대통령 부자, 카터, 닉슨, 트루만 대통령까지 모두 재임 당시에 암살 대상이 됐다. 다행히 암살은 미수에 그치거나 계획 단계에서 적발됐다. 한 번이 아니라 재임시 수 차례 암살 위기를 넘긴 대통령도 있다. 이 점에서 대통령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으로 꼽힐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 암살에 얽힌 이야기는 많다. 테오도르 루즈벨트 전 대통령 같은 경우는 나쁜 시력 때문에 가까스로 생명을 구한 케이스로 이야기된다. 품에 지니고 있던 쇠로 된 안경집과 두툼한 연설 원고 덕분에 총탄이 몸 깊숙히 박히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링컨 대통령 암살은 노예제 회복 등 남부 재건을 위해 거의 내란 수준의 모의 아래 이뤄졌다. 대통령을 암살하던 날 동시에 부통령과 국무장관도 암살하기로 돼 있었다. 피습당한 국무장관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으나, 부통령은 범인이 암살 대신 술을 택해 만취한 후 암살용 단검을 배수로에 버리는 바람에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갖가지 이유로 대통령은 암살 대상이 된다. 대통령이 미국 사회와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상징 때문에 그렇다. 이번 대선이 더 이상 암살 소동에 휘말리지 않고 순항하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