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가정상담소(이사장 조이 박)에 새로운 소장으로 한 가족이 된지 벌써 3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50주년 기념 모금 만찬 행사를 준비하며 바쁜 시간을 지내는 중에 50여년의 세월을 쉴새 없이 달려온 워싱턴 가정상담소가 이루어낸 일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상담소의 업적이나 성공을 가늠하는 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습니다. 아동상담, 어른 상담, 가족 상담, 세미나, 그룹, 청소년 프로그램 등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많이 있었느냐를 상담소의 성공기준으로 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워싱턴 가정상담소에서 뭐해?” 또는 “년간 예산이 어떻게 되지?” 와 같은 질문을 통해 가정상담소의 역량을 가름합니다. 이도 전혀 무시할 수 없는 가정상담소의 역량을 재보는 자료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는 워싱턴 가정상담소의 50주년을 맞는 이 시기에 좀더 근원적인 질문인 “워싱턴 가정상담소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헤아려 보려 합니다.
1974년 워싱턴 가정상담소가 처음 세워졌을 당시 상담소의 존재 이유는 억울하게 학대 받고 있는 한국 거주 한인 여성들을 돕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해서 50여년을 지내며 건강한 개인, 행복한 가정, 그리고 화목한 이웃을 모토로 여러가지 사업들을 해왔습니다.
이 모토에서 조금더 발전하여 정신건강 증진, 가족 애착, 그리고 커뮤니티 연대를 위해 최근 십여년간은 이에 맞는 프로그램들이 제공되어 왔습니다.
특히 주로 한인 1세대들의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청소년 학습 및 멘토링 프로그램 Peer to Peer (P2P, 피투피)는 지난 17여년간 명실공히 워싱턴 가정상담소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한인들에게 2세대를 위한 교육에 대한 투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함은 물론 한인들의 미국 사회 자리 메김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점을 생각해 볼때 피투피 프로그램의 성공은 한인들의 실제적 필요를 잘 충족시킨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시대에 적합한 한국인의 가치 (value)를 잘 살린 프로그램인 것입니다. 상담 건수가 몇이냐 등과 같은 데이터를 넘어 상담에 대한 가치는 물론 개념 차체가 틀린 시대에서 가정상담소를 50여년동안 운영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제 50년이 되어 2세대 3세대를 키워나가는 이 시점에서 워싱턴 가정상담소가 추구해야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가정상담소는 왜 필요한 것일까요?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약 30만명의 상담사가 있으며 정식 자격증을 가진 상담사는 2019년 기준 10만명, 2020년 기준 정신과 전문의는 만사천명이 있습니다. 82%의 상담사가 백인이며 아시안계 상담사는 4%라고 합니다.(자료: Bright Future.)
아직도 백인이 주를 이루는 이 사회에서 설사 한인이라하여도 백인 중심의 상담 교육을 받은 한인 상담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 미국사회에서 한인 2세 3세 자녀들이 어디로 누구에게 상담을 받으러 가겠습니까?
워싱턴 가정상담소는 한인으로써의 정체성, 특별히 한인의 정신세계를 담고 있는 한, 정, 그리고 얼과 같은 한인 본연의 정신을 토대로 삼아 서양의 개인주의에 치우치기 쉬운 상담 문화에 대항하여 한국인의 정신문화를 잃지 않는 건전한 한인 2세대 3세대를 향한 믿고 맡길수 있는 안전한 상담 문화 발전에 힘쓸 것입니다.
즉, 한국적 정서의 부정적인 경험들이 많은 한인 2세 3세들에게 한인 정서의 양면적 특수성을 알리고 한국적 감정에 기반하는 힐링과 성장을 위한 서양식 감정교육을 효과적으로 혼합한 상담 교육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대표적 감정인 “정"은 사랑으로도 미움으로도 해석하기 힘든 적어도 두가지 이상의 감정이 섞인 감정 표현입니다.
서양에서는 이런 한인 1세대들의 감정 문화를 바운더리가 없다 병리화 할수 있습니다. 2세 3세들이 이런 한인 특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당연히 1세대인 부모세대를 병리화 시킬수 밖에 없겠고 가족 구성원은 문화적 계리로 인해 더 멀어져갈 수 있는 것이지요.
워싱턴 가정상담소는 서구회되어가는 가족문화에 굳건히 한국인의 고유한 감정문화를 살리고 발전시켜 한인은 물론 타소수문화권에게도 본이 될수 있는 상담 문화 건립을 위해 앞으로 다가오는 5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부디 바쁘신중에 9월 29일(일) 5시부터 타이슨 코너 리츠 칼튼에서 시작되는 50주년 기념 모금 행사에 참석하셔서 워싱턴 상담소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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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 테일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