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 계약·선납’ 등 협상 전략 있어야
▶ 무턱대고 깎아달라고 하면 관계 악화
주택 렌트비 급등세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부담은 크다. 연체 기록 등이 없다면 건물주에게 적당한 근거를 제시하며 렌트비 인하를 요청해 볼 수 있다. [로이터]
높은 크레딧 점수, 높은 소득 등 다른 테넌트에 비해 우수한 자격을 강조하면 렌트비 인하를 받는 데 효과적이다. [로이터]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국영모기지 보증기관 패니메이가 8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83%에 달하는 응답자가 그렇게 답했다. 그렇다고 집을 임대하기에 좋은 시기도 아니다.
주택 임대 매물 검색 사이트 아파트먼트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9월 방 하나짜리 아파트 렌트비는 월평균 1,563달러로 1년 전보다 약 0.8% 올랐다. 방 두 개짜리 아파트 렌트비 역시 월평균 1,819달러로 지속적인 오름세다. 렌트비 급등세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서민 가계부를 짓누르는 가장 큰 생활비용이다. 끊임없이 오르기만 하는 렌트비를 조금이라 낮출 방법은 없을까?
▲ 건물주에게 렌트비 인하 요청
렌트비를 낮출 유일한 방법은 집주인에게 깎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인데 쉽지 않다. 집 한두 채를 임대하는 개인 건물주를 상대로 한 렌트비 인하 요청은 그나마 쉬운 편이지만 아파트나 기업형 건물주 상대 렌트비 협상은 성사 가능성이 낮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에 렌트비 인하 요청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렌트비를 그냥 깎아 달라고 하면 들어줄 집주인이 없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유리한 조건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 1년 이상 장기 계약
그중 하나가 장기 임대 계약이다. 일반적인 주택 임대 계약 기간은 1년이다. 1년이 지나면 계약이 만료되거나 재계약을 통해 갱신한다. 1년짜리 임대 계약 대신 18개월 또는 2년짜리 장기 임대 계약을 제시하면 렌트비를 조금 깎아주는 건물주가 있다.
테넌트의 재정 기록이 안정적이라면 장기 임대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년마다 새 테넌트를 찾는 데 따른 공실 비용과 부동산 수수료 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 장기 임대 계약을 선호하는 건물주가 많다.
▲ 6개월~1년 치 렌트비 선납
현금 사정이 양호하다면 렌트비를 선납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도 렌트비 인하 전략으로 많이 활용된다. 6개월 치 또는 1년 치 렌트비를 선불로 내는 경우 건물주로서는 렌트비 연체나 미납의 위험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 같은 장점을 내세워서 렌트비 인하를 적극 요청해 볼 수 있지만 테넌트가 부담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물주의 모기지 연체로 주택이 압류될 수도 있고 큰 금액을 렌트비 선불로 지출하면 비상 생활비 부족 등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 ‘착한 테넌트’로 건물주와 좋은 관계 유지
건물주에게 어린아이처럼 무작정 렌트비를 깎아달라고 떼쓰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건물주를 설득하려면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데 렌트비 인하를 받을 자격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택 렌트를 신청할 때 가장 중요한 서류가 크레딧 리포트와 재정 관련 서류다. 크레딧 점수가 높거나 소득이 높은 테넌트가 렌트비 인하 요청을 받아 내는 경우가 많다.
건물주는 렌트비를 조금 깎아 주더라도 렌트비 연체 위험이 낮은 우수한 테넌트를 들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임대 재계약 시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 동안 크레딧 점수가 높아졌거나 소득이 오른 경우 이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시하면 렌트비 인하 협상에 나설 수 있다.
1년 이상 임대할 계획이라면 재계약을 염두에 두고 ‘착한 테넌트’로 건물주와 좋은 관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렌트비를 제때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가능하다면 납부 기한 일보다 하루 이틀 먼저 보내면 건물주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사소한 고장은 건물주에게 수리를 요청하는 것보다 직접 수리해 건물주의 번거로움을 더는 것도 재계약 시 렌트비를 인하를 받는 좋은 방법이다.
▲ 재계약 통보 너무 빨리할 필요 없어
재계약을 할 계획이라면 건물주에게 너무 빨리 통보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재계약 의사를 너무 빨리 밝히면서 렌트비를 깎아달라고 요청하면 건물주가 우선 새 테넌트를 찾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건물주에게 새 테넌트를 찾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기존 테넌트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대신 계약 만료 1~2달 전쯤 건물주에게 재계약 의사를 알리고 렌트비 인하 가능성을 상의하는 것이 좋다. 새 테넌트를 찾을 시간이 촉박할수록 기존 테넌트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집을 사기 위한 오퍼를 제출할 때 시장 분석을 통해 시세를 알아보는 작업이 필수다. 임대 매물을 찾을 때도 마찬가지다. 임대를 신청하는 집의 렌트비가 적절한지 렌트비 시세를 미리 알아봐야 한다. 마음에 드는 임대 매물이 시장에 나온 기간, 인근 비슷한 조건의 실제 렌트비 가격 등을 조사한 뒤 렌트비 인하 요청 시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 잘못 접근하면 건물주와 관계 악화할 수도
렌트비를 깎아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우선 건물주가 요청대로 렌트비를 낮춰주면 다른 불이익이 따른다고 해도 일단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렌트비를 내려주는 대신 새 가전제품, 새 카펫, 새 페인트 등 다른 혜택을 제공하는 건물주도 있기 때문에 렌트비 인하를 요청해 볼만하다.
반면 렌트비 인하 요구로 인해 건물주와의 관계가 악화하는 경우도 있다. 렌트비 인하 요구가 너무 공격적이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경우 건물주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후 협상에 악영향을 미친다. 장기 임대 계약으로 렌트비 인하를 받아낸 경우 자칫 계약 기간에 묶여 필요시 이사를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