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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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

2024-09-18 (수)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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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요즈음은 더욱 실감하고 있다. 2024년 정월 초하루에 대망의 새해를 맞이하여 큰 꿈을 이루리라고 하나님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흘러 벌써 오곡백과과 무르익고 삼라만상이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이 계절에는 어딘가 모르게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여유를 찾게 만들며, 자연의 변화를 가장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인간의 삶 또한 이 자연의 순환속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계절은 돌고 돈다. 봄이 오면 새싹이 돋아나고, 나무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면서도 마음이 설레이고 탐구하고 싶은 희망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 봄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자라며 새로운 경험들을 흡수해 간다.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차기도 했다. 이처럼 봄의 에너지는 우리를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과 함께, 또한 현실의 무게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여름이 되면 꽃이 피고 나무는 무성하게 자라는 생명의 계절임과 동시에 가장 더운 시기이기도 하다. 작렬한 태양 아래서도 쉼 없이 일하면서 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으며,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도 절실했다.

그 시기는 분명 열정적이고 힘이 넘쳤지만, 동시에 치열한 경쟁속에서 피가 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 때로는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의 시간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갖은 시련과 실패속에서 배움을 얻었고, 자그마한 성공에도 감사하며 만족과 자신감을 키워가면서 나름의 결실을 향해 달려왔던 것이다.

가을은 여름의 뜨거움을 지나, 차분히 결실을 맺는 시기다. 가을이 오면 오곡백과가 무르익듯, 결실의 아름다움은 그저 성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동안 정신없이 달려왔던 우리내 삶의 여정도 이제는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이루어 놓은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또한 우리의 삶 속에서도 여러 성과들 중에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 것,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도 이제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더우기 이 가을에는 한창 일할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인생의 의미나 목적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삶의 성찰을 안겨준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그 변화하는 모습속에서 고요한 리듬을 이어가고, 그 리듬속에서 각자의 인생은 나이가 들어가며 젊음의 열정이 조금은 사라지나 이런 변화의 리듬속에 성숙해지고, 그간의 노력들이 하나 둘씩 결실을 맺는 시간에 이른다.

이제 겨울을 앞두고 있다. 겨울은 모든 것이 고요히 휴식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겨울은 자연이 겉으로는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내년을 준비하는 힘이 숨어 있다.


인간의 삶은 어떨까? 이와 같다. 인생의 겨울이 찾아올 때 우리는 잠시 멈추고 쉬어가지만, 그 안에는 내면의 성장을 위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겨울이 지난 후에는 다시 새로운 봄이 찾아오듯, 우리도 그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자연주의 작가인 헨리 데이빗 소로는 그의 저서 ‘월든’에서 “계절의 변화는 우리에게 자연의 영원한 리듬을 상기 시켜주며, 우리는 그 흐름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렇듯 자연의 변화속에서 우리의 삶도 그 리듬을 따라 희노애락을 겪으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고, 성숙해 가고 있지 않을까! 이처럼 인생은 돌고 도는 과정 속에서 그 안에 숨겨진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여정이 아닐까? 계절의 변화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진리는 바로 이것이다. 이 가을이 만든 푸른 하늘아래의 단풍 숲을 거릴면서⋯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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