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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의 고도, 마추픽추 원정기 2

2024-09-15 (일) 듀크 김/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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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데스 거인의 위엄 있는 모습에 그만 온몸에 감격의 전율이…

잉카의 고도, 마추픽추 원정기 2
6월 30일: 오늘은 쿠스코의 시내투어를 하기로 한다. 골목골목 걸어다니며 마켓 구경도 하고 토착음식도 찾아 먹어보며 다니던 중 광장에 다다르니 마침 일요일이라 오색찬란한 민족의상을 입고 춤과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축제가 행하여지고 있다.

이제 발걸음을 Sacsayhuaman으로 향한다. 광장으로 부터 2km, 해발 3,700m로 반짝이는 돌길과 하얀 벽과 붉은 지붕들로 만들어진 좁고 긴 언덕길을 따라가는 길은 매우 따갑게 느껴지는 햇빛과 건조함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누리는 한가로움과 중세 스페인풍의 고즈넉한 거리의 풍경이 주는 가치는 아이스크림을 손에 쥔 세 명의 초로의 남자에게 그걸 보상하기에는 충분했다.

쿠스코 시내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 위에는 15세기에 잉카인들이 거대한 돌들을 정교하게 깎아 어떤 접착제도 사용치 않고 세운 구조물은 1983년에 역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100톤이 넘는 이 수많은 돌들을 어떻게 운반해 왔으며,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돌담을 쌓아 요새를 만들었는지, 페루에는 마추픽추를 비롯해 많은 미스테리한 것들을 간직한 신비스런 나라임에 끊임없이 탐방객들이 찾나보다 .


7월 1일: 오늘 여정은 Humantay Lake를 탐험하는 것이다. 열여섯 시간의 긴 여행이 아침 점심 포함해서 고작 $40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지만 페루이라 가능한가 보다.

4시간의 버스여행 끝에 산 아래(Soraypampa) 도착하니 바로 눈앞에 우뚝 선 채 두 팔을 쫙 벌린 듯한 또 다른 안데스 거인의 위엄 있는 모습에 그만 온몸에 감격의 전율이 흐른다. 사진에서 많이 본 그 에베레스트와 매우 흡사한 검고 거대한 바위를 뒤덮은 하얀 눈 산이 금방이라도 우리를 덮칠 듯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고원에서의 숨결은 다소 진정되어 고개를 들어 보니 어느새 만년설에 덮인 커다란 산이 눈앞에 서있는데 하얀 구름이 내려왔다 금세 걷히더니 신비에 가리어진 우만따이 산(Humantay Mountain 5,250m)이 모습을 드러내고,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고 가파른 엣지에 올라서자 눈이 시리도록 그 청초하고 순수한 초록빛의 차가운 호수가 우리를 맞이한다.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여 만들어낸 호수는 어미 되는 그 산을 그대로 품고 있고 우리들의 모습까지도 모두 그 안에 포근히 담아 보여준다.

7월 2일: 13시간이 소요되는 오늘의 여정은 높은 산을 트래킹하지 않고, 잉카제국의 주목할 만큼 역사적이며 고고학적인 가치를 지니기도 하고 때론 전통을 유지하며 그때의 생활방식을 지키며 살아가는 지역을 탐방하는 시간이다. Sacred Valley, Chinchero, Moray, Salinas de Maras, Ollantaytambo와 Pisac를 연결하는 잉카인의 역사와 문화의 길목을 통과하는 동안 그들의 찬란하고도 지혜로우며 수수께끼 같은 문명과 삶을 엿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은 물론, 지나는 길 또한 어느 곳은 마치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그림 같은 시골풍경을 그리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저 만큼 떨어진 곳의 안데스의 산들의 그 웅장함은, 잘 단련된 근육을 드러낸 용맹스런 잉카의 전사들이 투구와 긴 창을 들고 서있는 듯하기도 하다.

7월 3일: 페루의 제2의 도시 Arequipa로 이동

7월 4일: 해발 2,328m의 Arequipa의 한 호텔 옥상에 차려진 간결하게 차려진 아침 뷔페를 먹은 후, 바로 골목 건너편에 자리한 Santa Catalina에 들어선다. 16세기에 지어진 수녀원으로 카메라만 들이대면 어느 곳이나 작품사진이 될 만큼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다.
오후엔 광장의 축제와 대성당을 둘러보고 몇 블락 밖의 재래시장에 가보았는데 주변은 마치 청계천의 온갖 물건을 파는 곳과 같았고 커다란 인도어 마켓은 육류와 채소와 과일과 조리된 음식을 파는 곳으로 싼 가격에 많은 것을 맛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7월 5일과 6일: 1박2일의 Colca Canyon trekking으로, 페루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대장정을 떠나는 날이다. 버스는 어둠속을 질주한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희미하게 밝아오는 드넓은 광야의 풍경은 마치 여기가 화성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온통 흙빛 사막에는 크고 작은 돌무더기들이 끝없이 흩어져 있고 거기엔 사람이 쌓아 놓은 듯한 돌탑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서있으며, 저만큼 우뚝 솟은 산꼭대기에선 하얀 연기를 내뿜는 활화산이 우리 곁을 천천히 스쳐 지난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광활한 대 평원의 나즈막한 구릉지대 연못들에는 라마와 알파카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길가 언덕 위에는 한 무리의 노루들이 우릴 바라보고 있는데 가이드의 말이 이들은 비쿠냐(Vicuna~) 라는 동물로 페루의 상징이며 법으로 엄격히 보호를 받고 있다한다.

Colca Canyon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깊은 계곡(3,534m)으로 그랜드캐니언(1,830m)의 두 배에 달하며 페루인들의 영혼을 싣고 계곡에서 부는 바람에 자유롭게 솟구쳐 날아오르는 콘돌 (Condor)을 볼 수 있어 연간 12만여명의 트래커(trekker)들이 찾는다.

아침 9시에 Chivay에 도착해 안데스 트래킹을 시작한다. 3천 5백미터의 고지에서 끝없는 낭떠러지 위에 아슬아슬 깎아 만든 길을 따라 San Juan이란 계곡 바닥에 위치한 마을을 향한 트래커들의 행군이 시작된다. 안데스의 깊고 깊은 계곡으로 부터 태양을 향해 불끈 솟아오른 산봉우리들의 감당키 어려운 도도한 위엄과 우람한 산맥의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선하고 강력한 자연의 氣가 어우러진 이 장엄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질 때의 벅찬 감동은 말과 글과 내 모든 감성을 드러내도 표현하기에 충분치 않다.

3시간여의 긴 행군 끝에 산 아래에 도착하니 강 건너편의 가파른 바위틈 사이로 하얀 안개를 일으키며 낙하하는 폭포수의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다.

계곡언덕의 작은 마을에 차려진 점심과 맥주로 원기를 회복한 우리는 오늘밤 묵게 될 상가예 (Sangalle)를 향하여 지쳐 무거워진 발걸음을 이제 그저 묵묵히 걷기만 한다.

겨울이지만 겨울을 잊게 하는 페루의 계절과 깊은 산중은 여섯시가 넘으니 금세 어둠이 짙게 드리운다. 산장 테라스에 차려진 저녁을 먹고 긴 테이블에 둘러앉은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남미 각지를 수개월째 여행 중인 폴란드인, 이탈리아인, 브라질 여성의 여행담과 자기 소개 등을 이야기 하는 동안 잉카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 거대한 안데스 산에서의 밤은 총총하게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과 함께 깊어간다.

새벽 4시에 잠에서 깨어 구불구불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데 우리가 떠난 저 아래 마을의 영롱하게 반짝이는 불빛이 가물거릴 무렵, 어느 쪽에선가 떠오르는 태양에,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엄숙하고도 겸허하고도 감사한 마음으로 두 팔을 한껏 벌린 채 맞이해본다.
간간이 일행을 제치고 지나가는 대여섯 마리의 노새(Mule) 떼 위에는 학교 가는 어린 아이가 앉아있을 때도 있고 대부분은 허리 양편에 커다란 봇짐을 메고 장터라도 가는 모양이 마치, 다큐 필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오는 길에 마지막 일정으로 노천 온천에 들러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지친 몸을 뜨거운 탕에 담근 채, 곧 찾아올 아쉬운 이별을 생각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계를 이어가자고 서로에게 당부하고 14일간의 페루의 모험도 이제 막을 내리려 한다.

<듀크 김/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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