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시장 침체?… 매물 부족해 가능성 ‘제로’

2024-09-12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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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침체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

▶ 오히려 집값 상승 요인들이 더 커

주택시장 침체?… 매물 부족해 가능성 ‘제로’

일부 부동산 전문가가 주택 가격 장기 상승을 이유로 들면 주택 시장 침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고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 요인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주택시장 침체?… 매물 부족해 가능성 ‘제로’

주택 구입난 심화 원인은 장기간 이어진 매물 부족 때문이다. 충분한 매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한 주택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로이터]


바이어가 그토록 기다리던 모기지 이자율 하락 소식이 들려왔다.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지난달 29일 기준 6.35%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프레디맥 집계). 지난해 한때 8%대까지 치솟았던 이자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주택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로 마냥 기뻐할 수많은 없는 상황이다. 주택 가격은 주택 시장이 침체에 빠져나온 2012년 이후 매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 가격이 이처럼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간 적은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다. 주택 시장 일부에서는 주택 시장 거품이 곧 꺼지고 침체기로 접어들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 대부분은 이 같은 침체 우려를 일축한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뱅크레잇닷컴이 부동산 전문가들과 주택 시장 침체 가능성을 진단했다.

▲ 끝없이 오르는 주택 가격

2022년 말 주택 시장에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 주택 가격도 둔화하면서 주택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 것이란 예측이 파다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주택 가격은 다시 반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재판매 주택 중간 거래 가격은 42만 6,90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7월 들어 42만 2,600달러로 소폭 하락했지만 13개월 연속 연간 대비 상승 행진은 끝나지 않았다. 주택 가격 동향 분석에 널리 사용되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도 지난 5월 전년 대비 5.95% 상승을 기록하면 주택 가격이 전국적으로 상승세임을 뒷받침했다.

▲ 매물 늘어야 가격 잡힌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 주택 가격이 10년 넘게 장기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도 바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주택 매물이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 속도는 수요를 따라잡기에 턱없이 더디다.

NAR에 따르면 지난 7월 주택 매물 공급은 4개월 치로 수요와 공급이 균형 수준으로 여겨지는 6개월 치에 미치지 못했다. 작년 10월 모기지 이자율이 23년 만에 최고 수준인 8%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부족한 매물 공급으로 인해 주택 가격 하락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모기지 이자율은 이후 7%대로 떨어진 뒤 최근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6.35%를 기록했다. 대형 모기지 업체 뉴아메리칸 펀딩의 릭 아비엘로 대표는 “매물이 늘지 않는 한 주택 가격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매물정보 사이트 질로우닷컴의 스카일라 올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올해도 주택 가격 상승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주택 가격이 갑자기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택 가격 상승을 확신했다.

▲ 주택 시장 침체설 ‘근거 없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제기되는 주택 시장 침체설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타이틀 보험업체 퍼스트 아메리칸 파이낸셜 코퍼레이션의 마크 플레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매물 부족을 이유로 들며 “없다”라고 단호하게 진단했다.


대형 부동산 중개업체 리맥스의 데이브 리니거 창업자는 지난해 나타난 모기지 이자율이 오히려 주택 시장을 왜곡했다고 분석했다.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많은 바이어가 이자율 떨어질 때를 기다리며 관망세로 돌아섰고 최근 이자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이들 수요가 다시 주택 시장에 나오면서 주택 가격 상승세를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다.

▲ 현재 상황 2008년과 달라

로런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스틴 등 최근 몇 년간 주택 가격이 폭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소폭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전국적인 하락 현상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상황이 2008년 발생한 주택 시장 침체 직전과 다른 점을 강조했다.

2005년~2007년 주택 시장 붕괴 직전의 경우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주택 시장 전반에 거품이 가득했다. 당시 허술한 대출 관행으로 자격이 안 돼도 누구나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었고 이 같은 허위 수요를 대상으로 주택 건설 업계는 신규 주택을 무분별하게 공급한 것이 주택 시장 거품을 키웠다.

이후 모기지 대출 업계가 고삐를 단단히 죈 결과 바이어들의 대출 자격이 높아져 주택 시장이 웬만한 침체 현상에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 주택 보유자들의 크레딧 점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주택 자산 비율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 가격 하락보다 상승 요인 더 커

최근 낮은 이자율로 주택을 구입한 보유자가 상당수다.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이 크게 낮아진 점이 주택 시장 침체 가능성이 낮은 이유 중 하나다. 뉴욕 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모기지 대출자의 약 70%가 지금보다 약 3%포인트나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다.

과거 주택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주택 과잉 공급 현상도 현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주택 건설 업계는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매물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될 정도로 신규 주택 공급량을 철저히 조절하고 있다.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 켄 존슨 주택 경제학자는 현재 주택 시장에 상반된 두 가지 현상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3년 전에 비해 높은 이자율이 주택 가격 상승세를 억누르고 있는 동시에 신규 수요 증가와 매물 부족 현상이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진단이다. 이 두 현상이 공존하는 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지 않겠지만 이자율이 하락하는 등 균형이 깨지면 주택 가격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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