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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아무리 마셔도 입안이 건조하다면

2024-09-04 (수) 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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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자주 마르고 물을 마셔도 건조함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구강건조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구강건조증은 침샘의 분비가 줄어들어 입안이 마르는 증상이다. 침이 적게 나오면 입안이 건조해지고, 침 속의 면역물질 분비도 감소하여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백태가 쉽게 끼고 구취가 심해지며, 음식을 먹어도 입안이 쓴 맛이 느껴지거나, 물을 마셔도 쓴 맛이 지속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침에 포함된 소화효소가 부족해지면서 소화불량이 생기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때 입안에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입이 마르는 주요 원인

구강건조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연령적으로는 중노년층에서 흔하며, 남성보다는 여성의 발병률이 높다. 나이가 들수록 침샘의 침 분비기능이 저하되고, 침 분비를 억제하는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여성은 생리나 폐경기처럼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피부가 건조해지고, 모발이 약해지고, 점막이 위축되는 식으로 비단 입마름 증상 뿐 아니라, 신체 전반에 걸친 탈수 증상이 생기면서 안구건조증, 질건조증 같은 증상들이 함께 생기기도 한다.


나이나 생리적인 요인 외에 비타민 부족, 당뇨, 빈혈, 쇼그렌 증후군 같은 질병도 구강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두경부 암 치료로 인한 방사선 치료가 침샘을 손상시켜 입마름 증상이 시작되기도 한다.

한의학 관점에서 원인과 치료법

한의학에서는 입마름 원인을 크게 두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기능의 저하에서 오는 것을 의미하는 허증, 나머지 하나는 기능의 항진에서 오는 실증이다.

허증의 대표적인 원인은 몸 안의 진액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진액이란 우리 몸의 생명활동에 필요한 액체성 대사물질을 통칭하는 한의학의 용어로, 혈액, 체액, 호르몬, 림프액, 침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니 진액이 부족하면 입안이 마르게 되고, 이는 노화, 오랜 병환, 호르몬 이상, 과도한 노동 등으로 인한 피로와 면역력 저하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갱년기 증후군에서 얼굴이 달아오르고 식은땀을 흘리며 입안이 마르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진액 부족으로 인한 대표적인 음허증상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허증을 치료하기 위해 부족한 음액과 진액을 보충하는 약물을 처방한다.

실증은 이에 반해 신체기능의 불필요한 과도한 항진으로 속에서 열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분노나, 억울, 긴장, 불안 같은 부정적 정서가 쌓여서 누적되면 그 결과로 간화가 발생한다. 또 급격한 정신적 충격이나 놀래는 경우에는 심장이 자극되어 심화가 발생한다. 이런 속에서 생겨난 열은 생리상 몸의 상부로 상승하여 입안의 침을 마르게 하고, 심해지면 안구건조증과 두통을 일으키게 된다.

예를 들어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긴장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침 분비가 줄어들면서 입이 마르는 것이 좋은 예이다. 그래서 구강건조증으로 고생하는 분들 중에 신경불안증, 우울증, 혹은 화병 같은 정신, 심리적 문제를 가진 이들이 많은 것을 임상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간화, 심화로 발생한 실증의 구강건조증 치료는 병리적으로 과 항진된 속 열을 꺼주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청열, 안신의 처방을 사용한다.

이렇듯 한의학적인 구강건조증 치료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허증, 실증으로 나누어, 과항진과 저하 각각의 원인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하기에 더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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