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North Village)에 일주일동안 머물면서 당연히 북촌 한옥마을에 가게 되었다. 한옥마을과 이웃한 삼청공원 인근에 위치한 친지집에서 아침을 먹기 전에 산책을 나갔다.
일요일 아침이라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한국말 하는 미국 청년, 흑인 여성 3명을 마주치고 언덕아래 모퉁이 길에서 노란 삼각형 깃발이 보이더니 일본인 관광객 20여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쉿, 조용히 해주세요.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매주 일요일 휴무, 골목길 쉬는 날’
걸린 현수막이 무색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각자의 나라말로 이야기를 하니 그 소음이 굉장하다.
‘깻잎 씨를 받으려 합니다. 건드리지 마세요.‘ 골목길의 사유물까지 손대나보다.
서울의 북쪽인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한옥이 밀집된 대표적인 전통 주거지역이다. 조선왕조때부터 왕족, 양반, 관료들이 살았다. 북촌 한옥마을은 현재 실제 주민들의 생활공간으로 북촌에서도 한옥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
날아갈 듯 하늘로 올라간 처마 끝 사이로 보이는 서울시내 전경이 북촌 한옥마을 산책의 백미이다. 2001년 서울시의 ‘북촌마을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관광지로 떴다. 이후, 시민들이 거주하는 이 골목이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있다. 남의 집 대문과 벽, 오르막 내리막 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자칫 외출하려는 주민이 문을 열고 나오면 허락도 받지 않고 마구 대문 안의 사적 공간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 지역에 대형 관광버스가 주차해서는 안 되며 관광객만 내려주고 멀리 가 있다가 관광객을 픽업할 때만 오게 되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전히 대형 관광버스가 주민의 차량과 나란히 주차되어 있다.
종로구청 담당자에 의하면 작년 한 해 관광객이 664만 명, 북촌 인구 6,000여명이니 주민수의 1,000배가 넘는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이곳을 팔고 떠나고 점차 고유의 한옥은 국악사랑, 다도체험, 김치 만들기 체험 등의 전통문화 체험관이나 문화 박물관, 한식당으로 되어가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뿐 아니라 세계 유명 관광도시마다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지역주민들은 일상의 피해가 심하다고 한다.
일본 관광도시 교토는 관광매너 팜플렛을 제작하여 관광객에게 배포하고 이태리 베니치아는 입장료를 받으며 보라카이 섬과 그리스 산토리니 섬은 입장객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주민들이 ‘관광객은 집으로 가라’는 시위를 벌이며 관광객에게 물총을 쏘기도 했다.
왜 이렇게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과잉관광) 붐이 불었을까,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못했던 사람들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르니 지금 가고싶은 곳에 가보자 하는 심리인가, 아무리 세계적 경기 불황이라고 외쳐도 해외여행을 다닐 정도로 잘 사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는 것인가.
세계 관광도시를 찾아 관광 할 정도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니 관광세를 높게 부과하고 입장료도 올려야 한다는데 찬성한다. 관광세와 입장료는 도시의 유지 보수 및 관광지 주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각나라 정부나 도시가 관광객들로 인해 경제에 도움이 된다 해도 어떤 경우에도 살고 있는 현지 주민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은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머물러 살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 만일 관광객이 정해진 요일이나 방문시간을 위반하면 과태료도 물려야 한다. 나라나 시 정부는 과도한 관광사업 육성 이전에 보존과 공존을 추구하여 지속가능한 관광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관광객을 분산하기 위해 대체 관광지를 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북촌마을 운영위원회는 ‘새벽부터 오는 관광객, 주민은 쉬고 싶다’며 시위도 했다. 더 이상, 북촌 한옥마을이 주민이 떠나고 관광객만을 위한 마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옥의 처마들이 머리를 맞대고 나란히 선 풍경은 정말 멋지다. 눈이 내린 후면 더욱 진풍경일 것이다. 감상하고 체험하며 누리는 기쁨을 오래 맛보려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주민은 살고 있는 한옥을 잘 가꾸어야 하고 관광객도 자기 집처럼 보호하고 아껴주어야 한다.
서울 종로구는 지난 7월1일 북촌 한옥마을을 국내 최초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관광객의 통행을 제한하고자 했지만 일요일 아침 7시경 여전히 관광객들은 북촌마을을 서성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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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