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주군 부대’ 출동, 그 의미는…

2024-08-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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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7일.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에 일단의 무장 집단이 출몰했다. 아무 표식이 없는 녹색군복에 복면차림이었다. 타고 온 차량에도 부대 표식이나 번호판도 없었다.

그런 그들이 작전에 들어가 의회건물, 공항, 군사기지 등을 점령했다. 이른바 ‘리틀 그린 멘(Little green men)’의 등장이다.

러시아군과 흡사하다. 그러나 푸틴은 크림반도에 러시아 군이 존재 한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역 주민들이 자체 조직한 방위군이라고 발뺌했다,


그러다가 1년 후 푸틴은 결국 러시아의 특수부대였음을 인정했다. 뒤따라 러시아 국영 언론은 ‘리틀 그린 멘’ 대부분이 스페츠나츠, 공수군(VDV) 등 특수부대원들에다가 바그너 그룹 계약 병 등임을 밝혔다.

그리고 8년 후인 2022년 2월 21일. 푸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바로 앞둔 시점에 또 다시 ‘리틀 그린 멘’들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시 인근지역 등에서 역시 이름과 계급장이 없는 군복 차림의

그들의 모습이 서방언론에 노출된 것이다.

여기에서 발견되는 게 있다. 러시아의 침공 패턴이라고 할까 하는 것이다. 현지의 친 러시아계주민의 자체 방위군인 양 위장해 특수부대원들을 투입한다. 그리고는 분쟁 발생을 신호로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구실삼아 침공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2024년 8월 하순. 장소는 우크라이나군이 전격 공세와 함께 교두보를 마련한 쿠르스크 지역. 새로운 군부대가 등장했다. ‘우주군 부대(Space Troops)’다.

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군부대 출현에 정작 더 놀라, 망연자실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친 크렘린 군사 블로거들이다.


우크라이나 군이 여름 대공세를 통해 러시아의 쿠르스크 주에 대한 기습 침공을 감행, 쾌속 전진을 해오자 러시아는 허겁지겁 방어에 나섰다.

이 쿠르스크 지역 방어 러시아군의 주력은 징집 병 부대들이다. 전투경험은커녕 훈련도 제대로 안 받았다. 그런 징집 병 부대들은 우크라이나군의 진격해오자 잇달아 투항, 방어선은 일시에 무너졌다.

상황이 다급해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된 병력 중 일부를 빼내 쿠르스크전선에 배치하는 한편 여러 가지 부대를 급조해 방어전선 구축에 나섰다.

이 과정에 급조된 부대 중 하나가 바로 ‘우주군 부대’로 공식명칭은 ‘우주군 자동소총연대’다. 러시아군 우주기지에 근무하던 엔지니어, 기술자, 레이더 오퍼레이터들로 충당된 부대로. 부대원들은 보병으로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했다.

비유하자면 이런 식이다. 미 우주군의 드론 조종사, 스텔스 전투기 보수 병 등에게 미 해병 보병대대의 임무를 부과해 전선에 투입시킨 꼴이라고 할까. 이런 ‘우주군 부대’의 전선 배치에 친 크렘린 군사 블로거들마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잘 훈련된 병력이 턱없이 부족한 러시아군의 실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군 사상자수는 근 60만에 이르고 전상자수는 하루 평균 1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이는 다른 말이 아니다. 침공 2년6개월이 지난 현재 러시아군의 정예부대는 거의 전멸상황을 맞았다는 거다.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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