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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늙은 포도나무’

2024-08-26 (월)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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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는 볼품은 없어도 수령(樹齡)은 길다. 백 오십년 이상의 수령은 보통이다. 수령이 30년 미만의 포도나무는 청년기다. 혈기가 왕성하고 직선적이다. 열매의 향도 강하고 수확량도 많다. 50년 이상이면 중장년기이고, 80년이 넘으면 노년기로 접어든다. 이때부턴 열매의 크기가 작아지고 생산량도 줄어든다. 그렇다고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소출량은 미약해도 질적인 면에서는 다르다. 청년기에 거둔 열매와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의 고고한 향을 지닌 열매를 산출하기 시작한다.
(젠스 프리위의 ‘From Grape To Wine' 중에서)

포도나무가 늙으면 뿌리는 천천히 활동하고 영양분을 적게 섭취한다. 이파리의 광합성 속도가 감속되면서 생장과 소출이 현저히 줄어든다. 생산량을 대폭 감축한 늙은 포도나무는 독특한 향이 농축된 자기만의 열매를 산출한다. 향의 깊이를 표현하는데 있어선 젊은 포도나무는 늙은 포도나무를 능가하지 못한다.

“늙은 생강이 맵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늙은 생강은 오랜 세월의 풍파를 올곧게 견뎌 온 탓에 모양은 작고 볼품은 없다. 하지만 맛과 향기는 젊은 생강보다 더 진하다.
모세는 성품이 잘 다듬어지지 않아 80세까지 실패의 삶을 살았다. 포도 열매로 본다면 향이 없는 삶을 산 것이다. 모세는 80세의 노년에 극적으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심오한 향을 산출하는 후반전의 삶을 살았다. 80세 까지의 모세의 삶이 이기적 삶이라면, 후반의 삶은 민족의 구원을 위한 봉사의 삶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포도나무의 수명은 75-100년이다. 그 중에 오래 사는 것은 200년 까지 생존하며 귀한 열매를 맺는다. 작은 마른 막대기처럼 볼품없는 포도나무가 이렇게 오래 살면서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류의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의 후반 3년 6개월 삶을 보라. 그 기간은 문자 그대로 인류 구원을 위한 특별한 봉사의 삶이었다. 하나님은 자신을 낮추고 봉사의 삶을 사신 예수님을 인류의 구세주로 높이시고 영화롭게 하셨다.

120세 고령화 시대를 내다보고 있다. 이젠 60세 까지가 전반전이고 60세 이후는 후반전이다. 마라톤같이 지구력을 요구하는 운동경기에선 후반전에 승패가 결정될 때가 많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60세를 넘어선 선수들은 후반전을 잘 달려야 한다. 이 시점에선 ‘하프타임’을 이용한 영혼의 깊은 숨고르기가 꼭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복잡한 것을 가지치기하는 포도농사와 같다. 노욕(老慾)을 절제하고 생활을 단순화하라. 직선보다는 곡선의 삶을 살라.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무엇을 배우라. 무엇보다 인생의 후반전은 봉사의 삶을 살라.

파블로 카잘스는 91세가 되어서도 매일 6시간 씩 연습했다.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은 왜 이 연세에도 날마다 연습을 하십니까.“ 카잘스는 대답했다. "요즘도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기 때문이라네." 괴테는 대작 "파우스트"를 82세에 완성했다. 세네카(Seneca)는 갈파했다. "잘 사용하는 방법만 안다면 노년은 온통 신비와 기쁨으로 가득 찬 세계다.“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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