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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전화걸기도 겁난다” 한인사회 공분

2024-08-10 (토)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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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총에 피격 사망 빅토리아 이씨 사건 관련

▶ 엘렌박 의원, “주검찰청과 계속 연락” 공개입장 발표

“911 전화걸기도 겁난다” 한인사회 공분

빅토리아 이씨와 오빠가 살던 아파트 내부 모습. 숨진 이씨가 사용하던 음악 장비 등이 보이고, 한편에는 이씨에게 배달된 소포 등이 여전히 남겨져 있다.

포트리시장, “안타까운 사건…검찰조사 결과 기다려달라”

뉴저지 포트리에서 정신건강 문제로 구급차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한인 빅토리아 이씨 사건에 대해 한인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엘렌 박 뉴저지주하원의원이 정치인 가운데 처음으로 공개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포트리의 마크 소콜리치 시장은 경찰 총격 사건 처리에 대한 주법에 따라 주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타운정부 및 타운경찰 차원의 정보 공개가 어렵고,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9일 엘렌 박 주하원의원은 “빅토리아 이씨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우리 의원실은 이 비극적 사건과 관련해 주검찰청(Attorney General’s office)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 유가족과 아파트 주민을 존중해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될 때까지 추가적인 언급은 자제하겠다. 우리 커뮤니티가 치유되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내놨다.

정치권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 의원이 성명을 통해 공개 입장을 표명한 것. 다만 박 의원은 성명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같은 날 마크 소콜리치 포트리 시장도 타운정부 웹사이트에 이번 사건에 대한 성명을 게시했다. 소콜리치 시장은 성명에서 “지난달 28일 오전 1시30분께 경찰이 개입된 총격으로 주민 1명이 사망하는 안타깝고 비극적 사건에 대해 포트리 커뮤니티를 대표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포트리 경찰서는 잘 훈련된 최고 수준의 법 집행관들을 보유한 기관”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사건 발생 후 여러 단체와 계속 회의를 열고 논의했다. 하지만 경찰 관련 총격 사건 처리에 대한 주법은 주검찰이 조사를 실시하게 돼 있어 타운정부와 타운경찰서는 이를 따라야 한다”며 “주검찰의 공공 청렴성 및 책임 사무국(Office of Public Integrity and Accountability)에서 조사를 수행하기 때문에 포트리경찰서와 버겐카운티검찰 등은 어떤 방식이든 조사에 관여할 수 없다. 조사 기간 동안 포트리 경찰서의 모든 구성원은 어떠한 보도자료나 논평, 성명 등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콜리치 시장은 성명에서 주검찰의 조사가 가능한 빨리 마무리되기를 희망하지만 이 과정이 얼마나 걸릴 지는 알 수 없고, 조사 기간 동안 침착하게 기다려줄 것을 당부했다.
소콜리치 시장의 성명은 지난달 28일 사건이 발생한 지 12일 만에 나온 것이다. 애도의 뜻을 밝혔지만 피격 당시 이씨와 함께 있었고 사건을 목격했던 가족이 제기한 경찰의 과잉대응 의혹에 대해서는 주검찰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7일 본보와 이씨 어머니의 인터뷰를 통해 이씨 죽음의 비극적 상황이 드러나면서 한인들의 공분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자녀가 있는 한인 부모들의 분노와 불안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한 40대 여성은 본보에 “이씨 어머니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며 “기사를 통해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알게된 주변의 한인 엄마들이 너무 공분하고 가슴 아퍼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트리에 사는 한 주민은 본보에 보낸 메시지에서 “학부모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911에 전화하기가 두렵다. 우리 아이도 출동한 경찰에 의해 총에 맞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한다. 너무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고,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 한인들이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 여성도 “이제 경찰차만 보면 심장이 떨린다. 경찰에 의해 20대 여성이 사살된 말도 안되는 사건에 대해 포트리 타운정부가 왜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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