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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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

2024-08-05 (월)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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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안 좋다고 집에서는 먹기 힘든 음식이지만 우리나라가 못 살 때 고기로 만들어진 처음 보는 맛있는 음식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식재료가 들어가 있다. 어쩌다 여행을 가면 아침식사로 주는 햄과 베이컨, 소시지를 먹는 재미로 여행을 더 즐긴다.

부대찌개는 한국에서나 이곳 미국에서도 한국식당에서 파는 곳이 많은데 먹을 때마다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선진국으로 바뀐 지도 오래된 나라로서 자존심 강하고 큰 나라에 더욱 강함을 보이는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에 아부하는 것인지 벌써 이름이 바뀌었을 텐데 60년이 지나가는데 바꾸자는 말이 없다. 맥아더 장군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사람까지 나오는데 음식 이름에는 아무 말 없이 지내고 있다.

의정부에는 부대찌개 거리도 있다. 못 살던 시절에 피죽보다 맛있게 먹으며 영양 보충을 할 수 있는 음식이었지만 재료를 얻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더러움보다 과정이 너무 수치스럽다. 다 맞는 소리는 아니겠지만 미국 군인들이 먹다 남은 찌꺼기가 구정통으로 모인 것을 추려서 씻어 먹었다는 사람, 부대 안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쓰레기로 빼돌린 것을 골라 음식으로 만들었다는 사람, 과거에는 꿀꿀이 죽이라고도 불렀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과거를 생각하고 곱씹으며 우리가  하던 것을 생각하며 먹을 수야 있지만 이름 정도는 바꾸었어야 옳은 거 아닌가. 김치가 꼭 함께 하니 ‘섞어찌개' 정도도 생각이 되는 말일 텐데 부대찌개를 고집하여 '부대찌개 거리'까지 만들며 장사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미국의 도움으로 이만큼 성장하고 국민의 건강이 튼튼해졌다는 감사의 표시로 후손에게 알려주는 상징성 있는 이름으로 간직한다면 모르겠다. 우리 국민성에 절대로 용납이 안 되는 자존심 상하는 이름인데 여전히 부대찌개 먹으러 가자고 하며 안주로 하여 소주를 마신다. 이름을 바꾸어 파는 식당이 하나도 없다.

쓰레기 뒤져서 먹던 것을 떠올리고는 싶지 않다. 부대찌개라는 이름은 우리를 너무 초라하고 비굴하게 만든다.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손꼽히는 강대국으로 발전한 지금 그만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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