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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노숙자 대책

2024-07-31 (수) 황의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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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LA 한인타운 8가의 구 동일장 건물에서 노숙자 방화로 추정되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불기둥은 하늘 높이 타올랐고, 검은 연기가 치솟아 수마일 밖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진화작업 초기 소방대원들은 건물 내부를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 작업을 했다.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건물이 붕괴가 우려되는 수준까지 타들어가자 소방대원들은 결국 건물 내에서 철수하고 외부에서 방어적으로 진화 작업을 펼쳤다. 134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투입돼 53분 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건물은 붕괴만 간신히 면한 채 건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취재를 위해 화재 현장을 찾았을 때는 진화가 완료된 후였다.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 주변을 살펴보니 같은 건물에서 영업을 하고 있던 두 업소 모두 소방대원들이 내부에 뿌려놓은 물을 빼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레 피해상황을 물었다. 구 동일장 옆 옆 점포에 위치하고 있던 택배가게의 몽골인 업주가 힘겹게 물을 올리다 짜증스런 얼굴로 올려다봤다. “내가 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어요” 업주의 첫 마디였다. 업주는 이어 노숙자들과 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비어있는 건물에 제집 드나들 듯이 출입하며 마약을 하고 불을 피워 밥을 해 먹는다고 했다. 이들은 택배가게를 털기 위해 2번이나 창문을 파손했다. 택배가게 옆 화방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미술용품 대다수가 물에 젖어 있었으며, 방범문과 출입문 모두 파손된 상태였다. 화방 업주에게 다가가 노숙자들의 침입에 대해 묻자 한숨을 쉬며 기자를 끌고 나오더니 건물 이곳저곳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화방 업주가 보여준 건물 바깥은 마치 누더기 같았다.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었고 구멍 위에 쇠창살과 나무판자들이 덮여 있었다. 화방 업주는 “노숙자들이 건물 내부로 침입하기 위해 뚫은 구멍이 발견될 때마다 건물주가 쇠창살과 나무로 덧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영업을 하고 있는 건물 내 주차장에 텐트촌이 들어서 둘레에 펜스까지 세웠다.


건물관리자와 연락을 시도한 끝에 들은 설명은 더 기가 막혔다. 관리자는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해봤다”고 했다. 노숙자들의 침입을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 했지만 경찰은 위급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때 출동하지 않았다. 기다림 끝에 출동한 경찰을 대동하고 노숙자들을 몰아내도 그 때 뿐이었다. 신고가 반복되자 경찰은 온라인 리포트를 안내했고, 온라인으로 리포트 하자 다시 전화가 와 전화 신고를 하라고 하는 등 해결을 떠넘기려는 듯 한 행위가 이어졌다고 했다. 화재가 발생하기 불과 이틀 전에도 노숙자들이 출입하기 위해 뚫어놓은 구멍을 나무판자로 막았다는 건물관리자는 더 이상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얼마 전 개빈 뉴섬 주지사가 캘리포니아 노숙자 텐트촌을 남김없이 철거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정치적 배경과 속뜻이 어찌됐든 주지사는 지역 사회의 위생을 저해하고 주민들을 화재와 범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는 노숙자 텐트촌을 해결하기 위해 긴급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주정부 기관과 도시 모두 명령을 따르도록 촉구했다. 그러나 이 명령은 강제성 없어 권유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6월 노숙 금지법 합헌 결정을 내린 대법원의 판단에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던 캐런 배스 시장의 행보로 봤을 때 LA에서 뉴섬 주지사의 행정명령이 이행될지는 불투명하다. 당시 배스 시장은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길거리의 노숙자들을 안전한 시설로 옮기기 위한 LA 시정부의 ‘인사이드 세이프’라고 주장했다.

작년 8월에도 LA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에서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었다. 노숙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80대 한인 노부부는 40년간 하루도 쉼 없이 주 7일 일하며 일궈온 생업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은퇴를 앞두고 보험도 들어놓지 않은 상황에서 화를 당한 87세 업주의 황망한 눈빛을 기자는 잊을 수가 없다.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랜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인사이드 세이프 프로그램을 포함한 노숙자 텐트촌 청소는 노숙자 수 감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예산을 들였지만 효과는 미비한 것이다. LA의 가장 심각한 이슈가 된 홈리스 문제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황의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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